[뉴스핌=황의영기자] "이상하네요. 주소는 분명 이 부근으로 돼 있는데 직원들이 도통 보이질 않네요."
골목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목적지를 찾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동행한 직원도 골목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주소를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증권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에 직접 참여해 기사를 쓰겠다는 기자의 의욕이 너무 앞선 것일까.
봉사활동 현장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에 같이 출발하는 건데…."
한 십여분 정도 해맸을까. 집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무렵, 봉사활동 중이던 한 직원의 눈에 띄어 '무사히'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 흐린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국증권금융 임직원 20여명이 독거노인 가정을 위한 연탄배달에 나섰다. 이날 배달 목표량은 한 가구당 300장씩 총 1500장. 인원수를 감안하면 한 사람당 70장 가량 날라야 하는 셈이다.
먼저 복장부터 '준비모드'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조끼와 앞 치마, 팔 토시, 장갑을 착용하며 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연말임을 고려해 산타모자를 쓰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오전 9시 드디어 배달이 시작됐다. 매년 이맘때쯤 늘상 해왔기 때문인지 이들의 움직임은 전문 연탄 배달부를 무색케 했다. 서로 마주보고 2열로 줄지어 연탄을 옆으로 나르는 분주한 손놀림은 매서운 추위마저 몰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세 번째 가구로 배달코스를 옮기자 곧 난관에 부닥쳤다. 미로 같이 좁은 골목길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공간상의 문제로 이전 방식을 실행할 수 없게 되자 직원들은 직접 또는 작은 손수레를 이용해 연탄을 날랐다.
이곳에서만 50여년을 살아왔다는 독거노인 윤모(81·여)씨는 "날도 추운데 나 같은 늙은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고생한다, 고맙다"며 직원들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꾸불꾸불한 골목을 오가며 연탄을 들고 나르기를 수십 번. 대부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호흡은 가빠졌다. 이쯤 되면 얼굴에 인상을 쓸 법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힘든 기색 없이 밝은 모습으로 '사랑 배달'에 임했다.
운반된 연탄을 아궁이 주변에 쌓는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행여나 한 장이라도 깨지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연탄 하나하나, 한층 한층 쌓는데 신중을 기했다.
이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어느 한 집 주인은 직원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씩을 대접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직원들은 작업 후 남은 연탄재를 쓸며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하늘도 알았을까. 봉사활동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흰눈이 내려 골목길을 하얗게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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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황의영 기자 (ape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