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규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 외환은행에서 거액의 예금을 빼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외환은행은 변함 없이 차분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의 인출 금액이 1조원이 넘지만 유동성 위험을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가적인 예금인출, 대출금 상환 등 압박 수위를 높인다고 해도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원칙과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 공고해진 모양새다.
◆ 1조원 규모 인출 자체로는 유동성 등 영향 미미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MOU를 맺은 외환은행에 불만을 품고 1조원에 넘는 돈을 외환은행에서 인출했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 측은 "현대차그룹의 실력행사"라고 본다면서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중요 고객이니까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다"면서도 "일각의 우려처럼 단기 유동성 위기가 오거나 외환은행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외환은행 계좌에 현대차그룹의 예금이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측은 현대차그룹의 추가적인 압박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출금 상환이나 직원들의 급여계좌 이체 등이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이 역시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범현대가(家) 모두 자금 빼고 주거래 바꾸면 타격 우려
은행권 역시 현대차그룹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외환은행에 분명히 부담요인은 되겠지만 은행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당장 그 정도 금액이 빠졌다고 해서 유동성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게다가 지금은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서 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임원 역시 "올해는 은행권에 돈이 남아돌아서 연말에 늘 하던 특판 예금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금 조달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직원들의 월급통장 등 범현대가(家)의 거래 모두가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에는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렇지만 거래변경 자체가 단기간에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기가 쉽지 않고, 또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으로 외환은행과 완전히 등지고자 하지 않는다면 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 "현대그룹에 최후통첩 등 딜 진행중인데 지나친 횡포"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이런 행동에 대해 금융권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이 마음에 안 들면 돈을 뺄 수도 있겠지만 이번 건은 너무나 감정적인 것 같다"며 "그렇다고 외환은행이 무턱대고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프랑스 대출건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 현대그룹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면서 "이 가운데 압박을 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로 성숙된 기업으로서의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 담당자들은 나중에 감독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도 흠결이 없도록 공정하게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압박에도 기존의 원칙과 신념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