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로운 금융시스템 관련 부실 징후도 불거지고 있다.
EU와 IMF의 대표단이 아일랜드 정부와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아일랜드 은행들의 예금 잔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아이리시 라이프앤퍼머넌트(ILP)의 경영보고서에서 지난 8월과 9월 자사 기업계좌 고객들이 전체 예탁금의 11%가량인 6억 유로 이상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일랜드와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의 지난 3/4분기 경영보고서에서도 이와 유사한 자금인출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지난 10월초부터 예탁금 상황은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내 최대 유가증권 청산소 가운데 하나인 LCH 클리어넷은 은행들이 아일랜드 국채를 거래할 경우 필요한 증거금을 기존보다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아일랜드 현지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자금 규모는 크게 경색된 상황이며, 대부분의 아일랜드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 이어 최근 아일랜드 은행권이 ECB의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은행들 대열에 합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9월과 10월 두달 동안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ECB 자금 지원과는 별도로 200억 유로를 공급했다. 이같은 자금 지원이 필요했던 이유는 일부 은행의 경우 ECB의 유동성 공급 상한선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 레니헌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은행들의 자금 확보는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일랜드 정부는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EU 대표단과 어떤 형태로 구제금융이 지원돼야 할 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일랜드의 국채나 지방채와 관련해서 어떤 불확실한 부담은 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정부는 공식적인 협상보다는 어떤 조건들이 가능한 지 알아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EU대표단은 은행권의 부실자산 상각이나 강력한 예산긴축 등을 조건으로 대략 800억 유로 규모를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은행권의 안정을 위해 지원돼야 할 금액은 대략 50억~200억 유로 규모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 금융권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앵글로 아이리시 뱅크 채권의 80% 헤어컷(채권가격할인)을 고려할 경우 아일랜드의 구제금융시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의 후순위 채권도 큰 폭의 할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