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수수료는 눈곱만큼 주면서 간섭은 시어머니가 따로 없어요"
연기금이나 은행 보험 등의 기관이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자금을 맡기면서 증권사 주문창구까지 지정하는 등 간섭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금이 자체 운용하는 자금도 아닌 아웃소싱하는 자금에 대해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면 될 것을 증권사 창구를 지정하고 창구별 약정비율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등 간섭이 심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운용 자문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의 말을 들어보자.
"기금이 자금을 맡기면서 하는 주문이 너무 까다롭습니다. 사실 수수료가 낮아 돈도 안되는 자금인데 증권사 창구와 약정비율까지 지정하는 것은 지나치죠. 일부 보험사는 아웃소싱 자금 100%를 자기네 계열증권사 창구로 넣도록 하는 곳도 있습니다"
투자자문사 주식운용파트 임원의 얘기도 비슷하다. 이 임원은 "연기금 등이 맡기는 일임형 주식의 경우 말 그대로 운용사나 자문사가 고객계좌의 운용권을 일임받아 운용하는 방식"이라며 "그런데 주문창구를 기금에서 컨트롤하는 것은 혹 이를 통해 개인의 투자이익 내지는 접대받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군인공제회, 공무원연금, 일반 생보사 등 기관이 자금을 아웃소싱할 때 지불하는 연간 수수료는 25bp 안팎이다. 운용사가 기관 자금 100억원을 맡아 1년간 열심히 운용해 얻는 수익은 불과 2500만원이란 얘기다. 특히 국민연금 등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수익률이 좋더라도 초과 성과수수료를 지급하는 곳도 드문 게 현실이다.
개인자금이 주로 100bp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4 수준이어서 운용사나 자문사로선 크게 돈이 안되는 장사지만 기관 자금의 단위 자체가 커 이를 뿌리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자금줄을 쥔 기관들의 아웃소싱펀드에 붙는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사 창구 지정이다. 국내서 아웃소싱 자금규모로 5위권내에 드는 한 기관은 운용사에 자금을 맡길 때 예컨대 삼성증권 12%, 대우증권 10%, 토로스증권 6%, 하이투자증권 4% 식으로 창구 약정비율까지 정해준다.
여기서 펀드매니저들의 불만이 생긴다.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운용을 위해선 종목 발굴, 매수 매도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증권 브로커들과의 정보교류, 리서치 지원도 필수적인 요소"라며 "그런데 기관이 증권사 창구를 직접 정하고 컨트롤하다보니 정작 운용하는 우리로선 그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 다른 매니저는 "기관이 정해준 창구를 이용해 주문을 넣다보면 매수 직전 혹은 동시에 우리가 주문한 이상의 물량이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자금을 쥐고 있는 기관쪽으로 정보가 미리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결국 좋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해도 운용 자문사는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일부 운용사에서 소위 돈 안되는 기관 자산을 사원이나 대리급 주니어들에게 맡겨 연습용으로 운용하는 차선책을 택하는 곳이 생겨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금을 아웃소싱하는 기관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국내 대형 연기금 한 관계자는 "아웃소싱하는 자금이지만 운용사만 믿고 맡긴뒤 내버려둘 순 없는 게 아니냐"며 "평소 리서치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 리서치의 도움을 받고 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해당 증권사 창구를 지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내 최대 기금인 국민연금측은 "증권사 창구 리스트는 지정하지만 약정비율은 운용사 판단에 따른다. 공적자금인데다 이해 관계자가 많다보니 간혹 오해가 생기긴 하지만 운용사에 모든걸 위임할 경우 오히려 계열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활용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기금 입장에 대해 운용 자문사 매니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직접 운용을 하는 운용역에게 리서치 정보 및 고급 정보들이 들어와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방식대로는 고급정보가 운용사가 아닌 기금쪽으로만 쏠릴 수밖에 없다. 기금이 우려하는 부작용 또한 계열 증권사나 특정 창구로 일정 비율 이상은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면 해결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