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현장조사 직후 신속한 징계결정
- 경영공백 우려, 비상경영체제 불가피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자 신한금융이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는 징계수위에 따라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4단계로 나뉘며 직무정지나 해임권고가 중징계에 해당한다.
최근 잇따라 중도 사퇴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문책경고,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도 사실상 퇴진을 압박하는 수위다. 라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수위는 한달내 있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다.
◆ 실명제법 위반으로 중징계 통보 받아
8일 금감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라 회장은 차명계좌 개설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실명제법을 위반했다.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도 라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에 관여한 이유로 징계를 통보 받았다.
하지만 라 회장에 내린 중징계가 금융회사나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것이 아닌데 금융당국 차원에서 처벌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의 설명대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개인자금을 운용해 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 라 회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을 수 있지만 금융당국의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강정원 전 행장과 황영기 전 회장에게 징계를 내린 금감원의 사유는 두 사람이 모두 현직에 있을 때 결정한 해외투자가 나중에 손실이 생겨 금융회사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었다. 강정원 전 행장은 2008년 8월부터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392억원에 인수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 폭락으로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징계 이유였다. 황영기 전 회장도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에 투자한 해외 파생상품에서 1조60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해 중징계를 받았다.
◆ 회사에 손실 끼쳤나 논란일 듯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원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경영을 심히 위태롭게 하거나 금융기관 등에게 중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한 경우 해임권고 또는 업무집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사유에 해당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황 전 회장과 강 전 행장 모두 사후적으로 손실이 발생해 금융회사에 피해를 입혔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책임을 물은 게 맞는지 논란을 샀는데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에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은 금융회사에 손실을 입힌 것도 아닌데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전날 밤 중징계 통보를 받은 신한지주측은 당황하면서도 제재심의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아직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심의위에서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라 회장 중도 사퇴여부 주목
금감원의 제재가 문책경고 이상에서 확정될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징계를 받은 것 자체로 라 회장은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된다.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이 사실상 라 회장 스스로 물러나라는 의미이고 신한지주 이사회의 결정으로 직무정지상태에 있는 신상훈 사장과 동반퇴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신 사장 직무정지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대내외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였다는 점에서 라 회장의 입지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신한금융 내분사태가 터질 때부터, 금융계는 차기 신한금융 CEO에 관심을 보여왔다. 누구냐가 아니라 외부인사냐 내부인사냐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