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글로벌전망] 2009년 여름 이후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확신이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지난해 3월말 저점에서 큰 폭으로 랠리를 구가한 가운데, 자금 및 신용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 사태에 이어 그리스의 재정 위기 사태에 이르기까지 '소버린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고, 주요국 위기 대응용 부양 정책 회수,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학적 갈등 등 새로운 변수와 해결 과제가 등장하고 있다.
창간 7주년을 맞이한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과 향후 정책운용 방향 그리고 주가, 금리, 환율, 유가 등 주요 금융시장의 전망을 미리 점검한다.<편집자>
[뉴스핌=김사헌 기자] 활발한 세계 경기 회복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과도한 낙관론이나 금융시장의 지나친 기대감은 부담스럽다.
세계 경기 회복 속도의 편차가 큰 것은 문제적이다. 특히 지금 경기 회복세가 깊은 침체를 경험한 나라보다는 침체를 거의 겪지 않은 나라에서 훨씬 빠르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 속도의 편차는 금융 위기가 선진국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일차적으로 기인하며,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위기에서 회복은 매우 느린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로존의 차이는 구조적인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이 은행 의존도가 크다거나 미국은 경제적 유연성이 강하다든가 하는 요인들이 있다.
신흥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국가 채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유로존에 비해 보다 과감한 정책 대응을 한 미국의 경우도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한편 신흥시장 경제가 주도하는 세계 경기 회복세는 앞으로도 그 회복 속도의 편차를 줄이기 보다는 더욱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 미국 경제가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럽이 생각보다 부진하다. 신흥경제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간극(economic slack)'이 적어 인플레이션이나 거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서로 다른 경제성장 속도는 초저금리로 인해 고전하는 금융권의 자금을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쪽으로 쏠리게 할 수 있으며, 이는 더욱 더 거품이나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적자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선진국 경제를 중심으로 중기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수립할 것을, 또한 신흥경제의 경우 통화 및 재정정책 긴축, 유연한 환율(평가절상), 지준율 인상 및 자본유입 통제를 실시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 예상보다 빠른 회복, '자노위츠 규칙' 성립?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더블딥(Double-Dip)' 위험에 대해 쉽게 무시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런 위험이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골드만삭스 짐 오닐(Jim O'Neil)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는 분명한 V자 회복세에 있으며, 이에 따라 '더블딥' 경기 침체 관측은 완전히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리 상승 전망이 부담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까 우려하는 정책 당국자들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닐 수석은 "현재로서는 미국 소비지출 약세가 우려되지만 기업 설비투자로 상쇄되는 면이 있다"면서, "주된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은 중국을 필두로 한 개도국 경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가 이른바 '자노위츠 규칙(Zarnowitz rule)'를 입증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자노위츠 규칙'이란 전후 세계경제의 깊은 경기침체가 진행된 이후 최초 6분기 동안 경제 회복의 강도가 매우 강력했다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조사 결과 평균 2.2% 정도 위축되었던 경제가 그 직후 6분기 동안 평균 8.8%나 되는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다.
자노위츠와 함께 일했던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이클 무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시니어펠로우는 지난 2009년 4월 경제 전망 논쟁 때부터 줄곧 '자노위츠 규칙'에 대해 강조하면서 매우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해왔다.
무사는 올해 4월 8일 제출한 자신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1년전에 예측한 'V'자 회복세가 명백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자신의 전망이 옳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시장 컨센서스가 너무 비관적"이라면서, 더 빠른 경기 회복세가 전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블루 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스(Blue Chip Economic Indicators)가 예측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 정도로, 비록 침체에서는 빠르게 회복된 것인지 몰라도 그 수준은 겨우 장기 성장률 평균 혹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비판적 경제전문가들은 이 정도 경기 반등으로는 실업률이 9.7%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불황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으며, 잘 해야 미국 경제가 더 깊은 나락에 빠지지 않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노위츠 규칙'을 보거나 혹은 당장 최근 경기 침체와 비교 가능한 1981~82년의 경기 침체를 보더라도 당시 침체 이후 5분기 연속 7~9% 정도의 높은 경기 반등 국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 과도한 기대 금물: 이번 회복이 과거와 다른 이유
새해 봄맞이 경기 회복세가 강력하다고 해도, 이것이 실업률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공장이 잠재가동률만큼 돌아가게 할 정도의 '지속적인 강력한 경제 성장'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케네쓰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월가 경제전문가들은 항상 경기회복에 고무될 준비가 되어있고, 조금만 경기가 활황을 보일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이 '치어리더' 무대에 뛰어오르곤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가계는 계속 디레버리지 국면에 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 2007년 말 경기침체 개시 때 국내총생산(GDP)의 96% 수준이던 가계 부채는 2009년 4/4분기말 현재 94%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2000년의 GDP 대비 70% 수준이었던 가계 부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약 3.4조 달러의 채무를 줄여야 하며, 이 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고프는 "심각한 금융 위기로 인해 깊어진 경기침체에서의 회복은 더 느리고 또 더 고통스럽다"고 강조했다.
로고프와 함께 금융 위기의 역사를 연구한 메릴랜드대학의 카르멘 레인하트 교수는 "이번에는 다르다. 전형적인 경기 회복이라면 침체의 깊이를 감안할 때 약 7~8% 정도 성장률을 보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로고프 등은 위기 이후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수년 내에 국가 부도 사태가 뒤따르곤 했다는 점을 상기한다.
물론 앞으로 더욱 강력한 경제성장이 개시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재고조정을 마치고 이제는 다시 축적을 개시할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성장 모멘텀은 이제 막 축적되기 시작했다"면서 "재고가 크게 축적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역시 여기서도 재고 축적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어스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재고 축적이 성장률을 크게 높일 것이란 판단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재고 주기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경기 침체 이후 강력한 회복세가 뒤따랐지만 이번에는 주택거품이 붕괴된 경우로 다르다"면서, "하반기 미국 경제는 1.5% 정도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두바이 사태에 이어 그리스의 재정 위기 사태에 이르기까지 '소버린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고, 주요국 위기 대응용 부양 정책 회수,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학적 갈등 등 새로운 변수와 해결 과제가 등장하고 있다.
창간 7주년을 맞이한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과 향후 정책운용 방향 그리고 주가, 금리, 환율, 유가 등 주요 금융시장의 전망을 미리 점검한다.<편집자>
[뉴스핌=김사헌 기자] 활발한 세계 경기 회복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과도한 낙관론이나 금융시장의 지나친 기대감은 부담스럽다.
세계 경기 회복 속도의 편차가 큰 것은 문제적이다. 특히 지금 경기 회복세가 깊은 침체를 경험한 나라보다는 침체를 거의 겪지 않은 나라에서 훨씬 빠르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 속도의 편차는 금융 위기가 선진국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일차적으로 기인하며,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위기에서 회복은 매우 느린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로존의 차이는 구조적인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이 은행 의존도가 크다거나 미국은 경제적 유연성이 강하다든가 하는 요인들이 있다.
신흥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국가 채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유로존에 비해 보다 과감한 정책 대응을 한 미국의 경우도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한편 신흥시장 경제가 주도하는 세계 경기 회복세는 앞으로도 그 회복 속도의 편차를 줄이기 보다는 더욱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 미국 경제가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럽이 생각보다 부진하다. 신흥경제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간극(economic slack)'이 적어 인플레이션이나 거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서로 다른 경제성장 속도는 초저금리로 인해 고전하는 금융권의 자금을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쪽으로 쏠리게 할 수 있으며, 이는 더욱 더 거품이나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적자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선진국 경제를 중심으로 중기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수립할 것을, 또한 신흥경제의 경우 통화 및 재정정책 긴축, 유연한 환율(평가절상), 지준율 인상 및 자본유입 통제를 실시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 예상보다 빠른 회복, '자노위츠 규칙' 성립?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더블딥(Double-Dip)' 위험에 대해 쉽게 무시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런 위험이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골드만삭스 짐 오닐(Jim O'Neil)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는 분명한 V자 회복세에 있으며, 이에 따라 '더블딥' 경기 침체 관측은 완전히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리 상승 전망이 부담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까 우려하는 정책 당국자들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닐 수석은 "현재로서는 미국 소비지출 약세가 우려되지만 기업 설비투자로 상쇄되는 면이 있다"면서, "주된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은 중국을 필두로 한 개도국 경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가 이른바 '자노위츠 규칙(Zarnowitz rule)'를 입증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자노위츠 규칙'이란 전후 세계경제의 깊은 경기침체가 진행된 이후 최초 6분기 동안 경제 회복의 강도가 매우 강력했다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조사 결과 평균 2.2% 정도 위축되었던 경제가 그 직후 6분기 동안 평균 8.8%나 되는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다.
자노위츠와 함께 일했던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이클 무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시니어펠로우는 지난 2009년 4월 경제 전망 논쟁 때부터 줄곧 '자노위츠 규칙'에 대해 강조하면서 매우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해왔다.
무사는 올해 4월 8일 제출한 자신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1년전에 예측한 'V'자 회복세가 명백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자신의 전망이 옳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시장 컨센서스가 너무 비관적"이라면서, 더 빠른 경기 회복세가 전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블루 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스(Blue Chip Economic Indicators)가 예측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 정도로, 비록 침체에서는 빠르게 회복된 것인지 몰라도 그 수준은 겨우 장기 성장률 평균 혹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비판적 경제전문가들은 이 정도 경기 반등으로는 실업률이 9.7%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불황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으며, 잘 해야 미국 경제가 더 깊은 나락에 빠지지 않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노위츠 규칙'을 보거나 혹은 당장 최근 경기 침체와 비교 가능한 1981~82년의 경기 침체를 보더라도 당시 침체 이후 5분기 연속 7~9% 정도의 높은 경기 반등 국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 과도한 기대 금물: 이번 회복이 과거와 다른 이유
새해 봄맞이 경기 회복세가 강력하다고 해도, 이것이 실업률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공장이 잠재가동률만큼 돌아가게 할 정도의 '지속적인 강력한 경제 성장'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케네쓰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월가 경제전문가들은 항상 경기회복에 고무될 준비가 되어있고, 조금만 경기가 활황을 보일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이 '치어리더' 무대에 뛰어오르곤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가계는 계속 디레버리지 국면에 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 2007년 말 경기침체 개시 때 국내총생산(GDP)의 96% 수준이던 가계 부채는 2009년 4/4분기말 현재 94%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2000년의 GDP 대비 70% 수준이었던 가계 부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약 3.4조 달러의 채무를 줄여야 하며, 이 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고프는 "심각한 금융 위기로 인해 깊어진 경기침체에서의 회복은 더 느리고 또 더 고통스럽다"고 강조했다.
로고프와 함께 금융 위기의 역사를 연구한 메릴랜드대학의 카르멘 레인하트 교수는 "이번에는 다르다. 전형적인 경기 회복이라면 침체의 깊이를 감안할 때 약 7~8% 정도 성장률을 보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로고프 등은 위기 이후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수년 내에 국가 부도 사태가 뒤따르곤 했다는 점을 상기한다.
물론 앞으로 더욱 강력한 경제성장이 개시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재고조정을 마치고 이제는 다시 축적을 개시할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성장 모멘텀은 이제 막 축적되기 시작했다"면서 "재고가 크게 축적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역시 여기서도 재고 축적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어스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재고 축적이 성장률을 크게 높일 것이란 판단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재고 주기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경기 침체 이후 강력한 회복세가 뒤따랐지만 이번에는 주택거품이 붕괴된 경우로 다르다"면서, "하반기 미국 경제는 1.5% 정도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