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이 원전수주를 바탕으로 해외건설 수주 '올인'을 목청 높이 외치며 국내 건설업계로는 최초로 '아부다비 전략회의'를 개최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나섰지만 정작 초반 실적 부진으로 체면이 구겨졌다.
GS건설을 비롯한 대우건설 등 경쟁사들은 벌써부터 승전보를 잇따라 울리며 중동시장 점유를 위한 힘찬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반면 해외수주 120억달러를 목표로 눈만 뜨면 중동시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중겸號는 출항을 위한 닻 조차 펼치지 못하고 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 1월 새해 벽두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찾아 본사의 각 사업본부장을 비롯한 해외지사장, 중동지역 현장소장 등 90여명을 집합시킨 가운데'원전지원사업회의'를 개최하며 연내 해외건설 수주목표를 지난해 대비 170% 상향한 120억달러로 책정하고 독려에 나섰다.
아울러 김 사장은 이달 들어 사흘간의 일정으로 싱가포르, 스리랑카, 베트남 등 동남아를 방문, 글러벌 리더 도약을 위한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사장의 '사자후'에도 불구하고 주인없는 현대건설의 초반 기세는 거창한 포부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기력하게 꺾였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아부다비에서 50억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하는데 성공했지만 비슷한 시기 입찰한 르와이스 공단의 중급 규모 사업은 단 한건도 챙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중동시장 수주를 거의 독식하다시피 거침없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현대건설은 유독 아부다비에서는 약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아부다비 가스회사가 발주한 '아부다비 지역 통합 가스개발 시설'공사 가운데 2공구를 17억달러 규모에 수주했지만 독주는 여기에서 머물렀다.
아부다비 지역 통합 가스개발 시설공사 수주 이후 현대건설은 잇따른 사업수주에 발벗고 뛰어들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건도 성공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특히, 아부다비 정유회사인 타크리어社가 발주한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사업에서 1,2,3,5번 패키지입찰에서는 모두 탈락한데 이어 유일하게 국내 업체들과 경쟁이 없었던 5번 패키지 수주조차 실패하면서 김중겸號의 거침없는 폭주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김중겸 사장이 올초 120억달러 규모의 해외수주액을 상향한데 대해 퇴임을 앞두고 자리에 미련을 두고 있는 오너도 아닌 김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너무 많은 과욕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과거 퇴임을 앞두고 있던 몇몇 건설사 오너들이 1~2년 자리를 연장하기 위해 무리한 저가 수주를 보이는 행태는 봤지만 김사장 처럼 취임 초기부터 지나친 과욕을 부리는 경우는 처음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현대건설이 과거 정주영 회장 타계 이후 저가 공사 수주를 무리하게 단행하다가 결국 회사가 잠식상태에 처하며 현재 주인없는 껍데기 회사로 전락했다"며"가뜩이나 중동자본도 불안한 상황에서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김 사장이 출항도 하기 전부터 무리수를 던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현대건설은 과거 사령탑을 진두지휘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지원과 든든한 후광 덕을 톡톡히 받으며 아부다비 원전을 수주,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 달성을 위한 첫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같은 수주는 이대통령의 외교 덕에 얻은 결과일 뿐 현대건설이 자력적으로 수주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해 르와이스 정유공장과 가스플랜트 사업중 사업규모가 두번째로 작은 아부다비 지역 통합 가스개발 공사 2번 패키지가 전부다.
더욱이 아부다비 르와이스 정유공장 확장사업은 발주된 7개 패키지 중 5개 패키지를 국내 기업이 싹쓸이한'효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은 단 1건도 수주하지 못하는 참패를 겪었다.
한 시장 전문가는"현대건설의 잇따른 아부다비 수주 실패를 감안할 때 김중겸 아부다비 전략회의를 개최한 것은 언론 플레이를 즐기는 김 사장 특유의 '쇼맨쉽'에서 비롯된 이른바 허장성세(虛張聲勢)와 다를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