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회장(사진)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 지역 금융시스템을 세계경제 제3의 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금융허브로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조 회장은 23일 중국 북경 차이나 월드 호텔에서 개최된 제11차 AEBF(ASEM 경제자문회의) 2차 전체회의에서 연설했다.
연설에서 그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 G7, G14, G20 등 국제 회의체들의 정책공조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하며 ▲ 뉴욕 및 런던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스템을 네트워크하여 세계경제의 제3의 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금융허브를 구축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의 소비침체로 예상되는 실물경제의 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는 배타적 경제블록이 아닌 ASEAN+3의 발전적 형태라는 설명이다.
특히 조 회장은 금융위기가 극복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에서의 조치 외에도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 수요감소를 상쇄할 수 있도록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보호무역주의가 아닌 시장경제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조 회장은 아시아지역의 금융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다자화 및 Asia Monetary Fund 설립 움직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다음은 조석래 회장의 AEBF 총회 연설문 요약본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지금 현재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문성과 지식을 가진 아시아와 유럽 기업인 간 공조가 필요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 있고,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 공황 위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2007년 뉴욕과 파리에서 시작이 됐으며, 3월 JP 모건의 베어 스턴스 구제 이후로 패니 매, 프레디 맥, 리먼 브러더스, AIG가 차례로 몰락하였습니다.
미 하원에서 7000억 달러 구제 금융안이 기각되었을 때, 금융계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상원에서 다시 통과되긴 했지만, 예금인출사태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있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진정 국면을 보이는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경제 위기 공포가 부각되었습니다.
미국은 3분기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보일 듯 하며, 이것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입니다. 산업생산은 34년 동안 가장 급격한 하락세인 2.8%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신흥발전국가는 수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으며, 원자재가 하락 등 장기 불황우려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이유가 많지만, 서브프라임과 같은 불건전한 대출에 이어 이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복잡한 파생상품의 유통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미국 금융 당국과 거래소 간의 규제의 차이가 심해 금융 산업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현재 미국은 연방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은 산업 자체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개별 국가차원에서 다루기에는 역부족입니다. G7, G14, G20의 국제회의를 통한 공조가 필요합니다. 현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은 어떻게든 아시아와 유럽 지역의 역할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변모할 것이며, 이는 현재의 브레턴우즈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서든,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의 구축을 통해서든지, 글로벌 금융산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뉴욕, 런던과 함께 아시아 지역이 세계 금융의 3대 축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도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지역을 연결하는 금융센터는 아시아 지역에 최고의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 관심있는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세계의 최고의 전문지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리적 인접성으로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금융허브는 3조 달러에 달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Pool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아시아의 대미 흑자로 채워지는 불균형이 이어져왔습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자산을 회수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과거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아시아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ASEAN 국가들과 한․중․일 3국은 치앙마이구상(CMI)에서 나아가, 아시아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한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에 나서야 하며, 이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지역 경제에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시아 각국들은 이미 8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아시아는 미국의 경기위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역내 소비를 진작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불균형을 해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대미 수출 감소를 해결해야 합니다. 아시아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소비 증진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 국가 정부들이 유동성 공급과 감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내 소비를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국과 일본이 움직여야 합니다.
과거에 아시아 국가들은 서방 국가에 수출 의존도를 높이며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미국과 유럽의 경제 위기를 아시아 국가들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EU나 NAFTA 같은 경제협력체를 구성하여 대외 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ASEAN+3와 같은 회의체가 이러한 경제협력체를 구성하는 기본 틀을 제공할 것이며, 세계 경제는 3극 체제로 재편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협력체가 배타적인 무역체로서 귀결되어선 안 됩니다.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1930년대 대공황시, 자국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과도한 관세를 부여하였던 미국의 Smoot-Harley법은 자국 내 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위축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전례 없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며,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시장경제체제는 과거의 위기를 모두 극복하였으며, 그 견고함을 입증하였습니다. 현재의 위기도 국제․지역적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