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노동상 심상정 의원의 논평자료입니다. 참고하시 바랍니다.
정부여당이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미만으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2004년에 민주노동당이 발의해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3년이 지나도록 묵혀두고 있는 걸 탓하기에 앞서, 뒤늦게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싶다.
정부여당이 한나라당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비난하며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을 추진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나쁘게만 보지 않으려 한다. 대지임대부든 환매조건부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공공택지를 건설재벌에 넘겨줘 폭리를 보장하는 고분양가를 차단하는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설사 대선을 앞두고 떠난 민심을 잡으려는 몸짓이라 해도 상관없다. 제대로 된 대책만 내놓으면 되니까.
시중은행 열 중 여덟 개를 장악한 외국자본이 부동산 담보 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정부의 환율정책도 실패한 데다 각종 신도시 개발정책을 남발한 결과 520조가 넘는 부동자금이 시중을 떠돌고 난 뒤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이런저런 고심을 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집값만은 잡겠다던 참여정부였는데, 거꾸로 집값이 참여정부를 잡게 된 뒤라서 너무나 늦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돼온 분양원가 공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결국 ‘검토한다고 했지 공개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도저히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할 일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애초 참여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내건 대국민 약속이었다. 이걸 노무현 대통령이 뒤집었고 집값이 계속 폭등해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다시 국민들에게 공개를 약속하고 나서 분양원가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정작 원가공개 불가 방침을 정해놓고 구색 맞추기로 위원회를 가동하는 것이어서 민간위원 넷이 모두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 관벌에게 대통령이 끝내 밀린 것인가. 어떤 경우이든 참으로 딱한 일이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는 온갖 병이 포함된 합병증이다. 한두 개 처방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그중 국민 85%가 지지하는 분양원가 공개는 그나마 여론지지가 힘이 되기 때문에 참여정부가 결행하기에 나은 제도이다. 그러나 이 것도 끝내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라지만 대충 대충 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야 임기가 끝나지만 집없는 서민들은 ‘임기’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