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결정짓는 요인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용되는 것이 수익가치, 자산가치, 상대가치다. 수익가치는 장사를 잘 하다가도 못할 경우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기 쉽고, 또 상대가치는 비교대상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동반 약세로 접어드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자산가치는 이익이나 손실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기도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되므로 단기간에 큰 변동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지난 주 주식시장의 관심은 단연 지배구조조정펀드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소버린이나 아이칸 등 외국계펀드가 국내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한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역외에 설립된 국내펀드가 그룹계열사를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명 장하성펀드에서 태광그룹의 대한화섬 주식을 경영참가 목적으로 5.15%보유했다고 공시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같은 그룹회사인 태광산업, 흥국쌍용화재의 주가까지 덩달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화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자사주를 포함해 70% 이상 보유하고 있고 의결권이 있는 지분만도 53%를 넘어서 현실적으로 지배구조개선을 이룰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기술력이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 투명경영을 추구하고 또 소액주주의 권리개선이나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회사와 계열사간의 거래투명성 개선, 배당금 증액, 주주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의 매각을 요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대주주관련지분이 너무 높아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이다. 최근 몇일동안 태광그룹 관련 주가가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대주주는 앉아서 140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장하성펀드 역시 4개월 전부터 낮은 주가에 주식을 샀을 터이므로 높은 평가 수익률을 얻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문제는 일반투자자인데 이들은 뒤늦게 공시를 보고 뛰어들어 대주주나 장하성펀드가 장기투자전략으로 이 종목에 접근하는데 비해 주로 단기매매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 주가급변에 따른 투자위험에 노출이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펀드의 출현으로 주가가 상승한다고 했을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누구일까. 대주주는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껄끄럽기는 하겠지만 경영권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이러한 펀드의 경우는 결국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미명아래 주가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했다면 좀더 종목선택에 있어서 공감할 수있는 내용들이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단순히 달걀로 바위를 쳐서 깨지고 말 것인지, 아니면 바위에 깨진 달걀의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족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달걀이 바위를 깨뜨릴 것인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한양증권 김경신 상무 gyska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