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7월 하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31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 1,038.80까지 상승, 지난 7월 21일 1,040.00원 이래 6주 최고치를 기록했다.달러/엔 환율 역시 해외시장에서 111.60까지 상승하며 지난 8월 10일 이래 3주 최고치를 기록했다.이처럼 국내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을 비롯해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 분위기는 달러 매수 시각으로 옮겨 온 상태이다.글로벌 달러는 얼마전까지 일본 경기회복 기대 속에서 해외자본 유입 급증으로 닛케이주가가 급등으로 달러/엔이 109선대까지 빠지는 등 하락 압력에 봉착했었다.그러나 국제 유가가 수급 불균형 우려감 속에서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고 허리케인 악재까지 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아울러 국제 유가 급등 파장은 인도네시아 경제 불안감을 확산시키면서 통화위기설을 잉태시키며 아시아 통화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이에 따라 일본 경제 회복세를 바탕으로 한 엔화 강세 테마는 이제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됐다.국내에서는 이보다 좀더 조정이 일찍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종합지수가 1,100선대로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태세를 보이다가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면서 조정 국면에 처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달러/원 환율이 견조한 상태를 이어왔기 때문이다.현재의 달러 강세는 국제 고유가, 인도네시아 경제위기 조짐, 미국의 인플레 압력 증가 속 금리인상 기조 유지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국내적으로는 국제 고유가가 주가 조정과 함께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폭을 감소시키면서 외환수급에 일정 영향을 미치고, 인도네시아 위기설은 달러 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특히 후행적인 성향이 지표이긴 하지만 7월중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4억달러에 못미치면서 국제유가 문제는 한층 도드라진 영향력을 발휘할 준비태세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경상수지 흑자 감소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증가율이 20% 이상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쪽에서 흑자가 줄고, 여름철 휴가 시즌 등 계절적인 영향이 커지면서 해외여행 등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여행수지 문제는 대체로 적자이면서도 7-8월 계절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치부하더라도 수입 급증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감소는 외환시장에 좀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수출증가율은 대체로 10%대 두자리수 대를 유지하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로 수렴된다.반면 국제고유가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어 수입증가율이 20%대의 급증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래에셋증권의 류승선 이코노미스트는 "8월중 수출은 10%대 견조한 증가가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수입이 20% 이상 급증해 무역흑자는 10억달러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국제 고유가 파장이 수입 급증과 무역수지 흑자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달러/원 환율은 하락보다는 상승쪽 시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8월까지 진로 해외채무 변제, 소버린자산운용의 LG 지분 매각 등 '일시적인' 수요요인이 있었다면 향후에는 좀더 '지속적인' 수요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이런 점에서 최근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정유나 가스 등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결제 수요가 제법 눈에 띄는 것은 이런 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외국계 은행의 관계자는 "국제 고유가 속에서 정유사 등 에너지 관련사들의 저가 결제 등 매수헤지가 제법 탄탄하게 유입되고 있다"며 "달러/원 환율은 장중 등락이 있으나 매수쪽 흐름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특히 OPEC의 원유 증산이나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등이 일부 거론되고는 있으나 증산이나 방출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중장기 원유 수급에 비춰봤을 때 '생산설비 미흡에 따른 공급부족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중론을 형성하고 있다.국제고유가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한국 등 국가마다 같으면서도 다르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여태껏 중립적으로만 이해됐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아시아보다는 유로존이나 미국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며, 이런 점에서 인도네시아는 첫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국내 은행의 관계자는 "이미 주가가 조정을 보였지만 국제유가는 이제 국내외 메인 테마가 됐다"며 "여태까지 도외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경제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국제 유가 급등세가 테마가 되고 인도네시아 불안이 있는 한 아시아 통화의 약세가 예상된다"며 "당분간 유로는 보합,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는 강세쪽 흐름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여태까지 국내 시장은 중공업 등의 매물이 환율 상승을 막아 답답함을 주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수출이 견조해 환율 급등을 막아주고 국내 시장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