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는 △ 소비회복 부진 △ 기업의 설비투자 회복 난망 △ 수출 성장 모멘텀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IMF 이후 위기 극복과정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점들로 △ 노동문제 △ 기업의 지배구조 △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 ◆ 소비 회복 안 돼지난 해 신용카드 대란을 겪은 한국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래도 소비지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는데, 대략 세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보인다.첫째, 신용카드 부채를 청산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 5월 기준으로 15세 이상의 한국 성인들 10명 중 1명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된상태였다. 이는 신용카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더구나 소득이 다소 증가했거나 체납 위기에 처하지 않은 소비자들 역시 지출을 억제했다.둘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속도가 최종재 가격상승 속도를 앞지르는 등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가계 실질소득을 잠식했다. 인플레를 감안할 경우 가계 월 평균 소득은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입물가 인플레가 소비회복에 상당히 큰 역풍으로 작용한 것이다.셋째,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실업률 계절조정치는 계속 2년래 최고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이 때문에 고용시장 회복전망이 후퇴하면서 이미 빚 부담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20~24세 사이의 청년 실업률은 연전에 비해 1% 포인트나 상승했는데, 이들을 흡수하고 소비를 진작하려면 서비스산업 고용이 확대되어야 하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문제다.소비지출은 지난 해 2월 이후 지난 12월과 올해 2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워낙 소비심리가 위축되다보니 강력한 판촉활동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특소세를 삭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소비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3월부터 5월 사이 국내 자동차 판매액은 25%나 감소했다.◆ 기업 설비투자 역시 회복 난망모건스탠리가 평가하기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999년 이후 한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인 반면, 오히려 한국이 비용절감책으로 중국에 대규모 직접투자에 나섰다.재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의 대외직접투자액 중 40%가 중국으로 몰렸고, 올해 1분기에는 그 비중이 46%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대내 FDI는 감소하고 대외 FDI은 증가하면서 제조업 기반의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또 이 때문에 강력한 수출성장세가 내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공장시설 투자는 거의 개선조짐이 없다. 올해들어 5월까지 시설투자지수는 전년대비 2.5% 하락했다. 내수회복의 지연과 수출성장 지속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결국 한국경제는 새로운 경쟁산업의 발굴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정부의 건설이나 중소기업 등 취약한 부분에 많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은 이들 취약산업이 계속 표류하도록 내버려두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결코 신규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성장 잠재력 둔화한국경제는 앞서 지적한 대로 제조업기반의 공동화 현상과 함께 지난 2001년 이후 수출성장과 내수회복의 '디커플링'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겉으로 드러난 선적실적보다 외환결제 요구액이 훨씬 많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 징후적이다. 대만도 이미 한국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제조업 아웃소싱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이처럼 제조업 기반의 공동화가 "고용없는 성장"의 주된 배경을 이룬다.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의 회복을 가리키는 고용 탄력성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수출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분의 고용증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결국 고용시장에 큰 영향을 받는 소비지출이 수출성장세를 따라 회복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이런 제조업생산의 지역이탈로 인해 국내 설비투자 또한 침체된다. 이 때문에 강력한 수출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던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는 한 당분간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 추세는 결코 역전되지 못할 것이다.◆ 구조적 문제들로 인한 경쟁력 상실사실 지난 아시아 금융위기로부터 한국의 회복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1999년~2000년 사이 IT붐이 이런 회복에 기여했고, 또한 구조개혁도 큰 힘이 됐다. 이 개혁에는 금융시스템의 개혁도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 여러가지 구조적 취약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들은 엄격한 노동시장 규제와 빈번한 고용 불안사태, 기업지배구조의 우려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요약된다.사실 한국은 단위 노동비용의 증가와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주변국들에 비해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IMD의 2003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부문 시간당 급여는 일본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상태다. 더구나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해에 9.4% 증가했는데, 이 기간 홍콩의 경우 2.3% 감소했고 싱가포르 대만 등은 각각 0.8% 및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국의 임금상승 배경에는 잦은 파업사태가 놓여있다.OECD국가들 중에서도 한국의 고용보장 수준은 가장 높은 상태이며, 파업사태는 매우 당연시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전투적인 노조의 파업사태는 해외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산업자원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은 무려 2조5,000억원에 이른다.이런 노동문제는 장기적인 문제를 만들어낸다. 노조가 경영권에 개입하게 됨으로써 의사결정 과정이 지연되는 등 기업운영 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경직성이 증가할수록 경쟁력은 악화된다.우리가 보기에 노동시장의 근대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데, 예를 들면 노사관계의 국제적 표준에 맞는 법률과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민노당이 국회에 진출한 것은 단기적으로 노동문제를 좀 더 복합하게 만들 것으로 판단된다.그 다음 문제되는 것은 기업의 지배구조다. 지난 해 회계부정과 신용카드 회사의 위기는 또 다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상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이런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존재다. 재벌가의 기업 직접지배가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오히려 계열사 및 상보지분 보유 등을 통한 재별의 영향력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이런 재벌의 기업지배는 시장참가자들에게 계속 우려요인으로 작용했고, 특히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크게 고조됐다.이런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새롱누 회계감독 기준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런 재벌 억제정책은 국내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해외로의 기업이전을 가속화시켰다.당연히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좀 더 시장중심의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하겠지만, 이런 개혁이 재벌기업들의 설비투자 해외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 또한 필요한 것이다. ◆ 복잡한 정치 상황, 안정때까지 투자 계속 위축될 것 마지막으로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할 것이 있다.한국경제의 발전은 항상 정치적 사회적 불안과 함께 나타났다. 분명히 과거 한국경제의 발전은 군사독재와의 결탁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 때문에 큰 빈부격차가 재생산된 것은 사실이다.현재 노무현정부는 아직 분명한 정책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방향은 주로 '분배'에 치중할 것이란 점이 시사되고 있다. 이런 정책변화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혼란의 증대는 당연히 기업 투자의욕 및 개인의 소비심리를 억누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아마도 한국경제가 최적의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안착할 때까지는 투자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