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호조, 경상수지 흑자 점증이같은 요인 외에도 펀더멘털상의 원화 강세 요인도 속속 강화되고 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는 현재로선 기우다. 시장 수급이나 경기회복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원화강세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수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원-엔 디커플링의 근거로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경기회복세를 외치는 이중적 자세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J커브효과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환율 하락의 악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출이 급감하거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도는 등의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국은행은 9월 경상흑자가 50개월 최대치인 23억5,0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하고 10월에도 20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경상흑자 예상치는 당초의 6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생산에서도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기운이 뚜렷해졌지만 수출 호조를 부인할 수는 없었다. 수출 출하는 전년동월대비 14.3% 증가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상적으로 수출과 무역흑자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출 등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강력히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상적으로 수출호조와 무역흑자가 지속돼 수출이 원화절상의 압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 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사람들이 여전히 성장 전망에 의구심을 갖고 있고 정부조차도 내년도 5% 성장을 믿지 않으려 한다”며 “그러나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원-엔 디커플링'의 강력한 반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내년 수출증가율이 20%에 달하고 내년 성장률을 종전의 5%에서 5.5%로 상향 조정했다. ◆ 시장과의 대화 필요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당국으로선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최근의 시장은 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좌우되는 형국을 나타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시장에 개념(논리)이 없다”거나 “No Idea"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국이 알아서 시장을 조정하는 데 더 이상 시장 참가자로서의 역할이 없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자괴심 섞인 발언이 속속 흘러나오고 있는 것. 이같은 목소리는 시장 친화적이어야 할 외환당국의 역할에 불충하다는 것을 뜻한다. 수급, 재료 등 모든 요인이 하락을 가리켜도 원화 강세가 제한되는 것은 당국의 손때가 그만큼 많이 묻어 있다는 것.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이 당국의 손을 너무 많이 탄다”며 “더듬이를 다 떼어놓은 상태라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입 패턴이 예전과 달리 억척스럽게 진행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과 대화가 도통 통하지 않는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 입김이 너무 크게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 관리의지가 너무 철저해서 시장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개방화된 경제에서 환율하락의 긍정적인 효과가 지나치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수출은 환율보다 해외 경기회복에 더 민감하고 환율 하락에 따른 실질 소득 증가,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