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과 관련,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나 우려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환율이 폭락하면서 모처럼 언론 등의 집중적인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원화절상의 원인이나 그 파급 효과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원화 강세 = 수출경쟁력 악화”라는 단순도식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원화 강세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과대 포장돼 불안 심리를 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통화가치는 상대적이고 수출경쟁국의 통화가치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아전인수격의 해석은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환율이라는 단일변수에 국한하기보다 수출비중 변화와 유가 변동 등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원화가치 상승, “단기 악재이나 수출 영향 미미”이코노미스트들은 일단 원화가치 상승이 수출을 경기회복의 유일한 디딤돌로 삼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단기 악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재 수출에 ‘치명타’가 되거나 큰 타격을 줄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쟁관계인 일본 엔화도 동반 강세이며 여타 아시아국가들 통화가 전반적으로 같은 방향이라 수출전선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하고 있다. JP 모건증권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수출이 한국경제의 주요 성장엔진임을 감안하면, 원화가치 상승은 단기적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원화절상이 주로 미국 달러에 대해서만 일어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달러 약세로 미 경제 회복이 가속화된다면 결과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주요 수혜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경상수지 흑자로 전환했고 지정학적 불확실성 감소로 자금유출도 제한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 원화가치 절상이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증권도 “현재 한국 경제가 수출에 의해 견인되고 있기 때문에 명목 통화가치 상승은 경제성장과 기업들의 실적에 단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원화가치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엔이나 위안화도 동반 강세를 보여 교역조건을 감안한 환율은 양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타격은 그다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것. 또 “원화와 함께 엔 및 위안화도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는만큼 교역조건을 감안한 환율은 양호할 것”이라며 "수출 호조와 외국자본유입이 국제수지에 미치는 환율타격을 줄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그간 환율절상에도 불구, 연초대비 원화 절상률은 2.9%로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비해 절상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의 역내 수출비중과 관련, 한국은 지난 1990년 37.9%였던 대아시아 수출 비중이 올 7월 현재 50.3%로 북미(19%)와 유럽(16.9%)보다 월등히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 연구원은 “아시아지역의 동반 환율절상으로 인한 수출 감소 효과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수출물량 증가 기대오히려 수출물량이 늘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증권은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도는 제한적”이라며 “비정보기술(IT)품목의 수출단가가 달러기준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데다 선진국 경기호전에 따른 IT품목 등의 수출물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달러/원이 하락해도 달러/엔에 동조되는 한 수출 가격경쟁력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대를 유지해 수출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일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세계 수입수요가 증가해 전통적인 엔고국면에서 한국의 수출 증가추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내수경기 회복을 지연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더딘 고용회복과 소비경기 회복 지연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