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시장에 달러를 팔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 그 심리가 지속되느냐, 방향을 바꿀 것이냐를 놓고 단기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시장과 당국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도달했다. 목요일 환율은 전날보다 4.50원 내린 1,190.80원에 마감, 지난달 19일 1,176.80원이후 가장 낮았다. 이날 장중 고점은 1,195.00원, 저점은 지난 19일 1,179.70원까지 내려선 이후 가장 낮은 1,190.70원을 기록했다. 하루 변동폭은 4.30원. 5일 기준 환율은 1,192.20원으로 고시된다. 금요일 환율은 1,190원을 깨고 내리려는 시장 참가자들과 이선을 지키려는 당국간의 진검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국 의중이다. 현재 외환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체는 당국이며 이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현실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조심스럽게 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 하락과 상승의 갈림길에서 중요한 레벨로 인식되는 ‘1,190원’을 목전에 놓고 있기 때문에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팽배해 있다. 외환당국은 계속 환율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을 컨트롤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당국이라는 벽에 막혀 하락 시도가 좌절된 ‘학습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수급상으로 공급우위 상황에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복합된 형국에서도 당국의 ‘원화절상 방어 의지’는 지난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1,190원에 대한 지지력 테스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편으로 공급 요인이 약화될 소지가 있고 당국의지가 어떻게 발현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품고 있다. 밤새 달러/엔 환율이 108엔대에서 추가 하락이 멈칫한 상태다. 시장 제반여건이나 수급상의 뒷받침이 명확하지 않다면 장중 1,190원대 초반의 흐름이 주를 이루면서 당국 의지에 따라 환율은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고조, “달러매도 판단의 척도”전날 한국은행은 최근 불거진 외환보유액 적정선 논란과 이를 활용해 투자공사(KIC)를 설립하려는 정부 의견에 반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외환보유액 관리 및 운용”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은은 KIC 추진에 반대함을 시사하는 한편 남북관계 등의 국가 안전 차원에서 외환보유액을 증대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한은이 계속 시장내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시장에서 해석됐다. 당국의 ‘1,190원’ 지지의지와 추가 상승 유도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조심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매물 부담도 전날까지 어느 정도 덜어낸 것으로 추정돼 고강도의 개입에 나설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 셈. 재정경제부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언급을 하긴 했으나 실제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엔 다소 역부족이다. 지표상의 명확한 판단 준거가 마련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수출 의존적인 현 경기상황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성장을 수출이 뒷받침하는 측면에서 환율을 운용하겠다’는 당국의 환율 정책은 내수경기의 회복을 실감하기까지 유효하다. 정인우 도쿄미쯔비시 딜러는 “목요일은 개입 강도가 다소 약했던 바 있으나 달러매도가 잠잠할 때마다 틈틈이 나올 것”이라며 “NDF만기정산분도 그다지 없어 당국의 의지에 따라 금요일 환율은 1,186~1,194원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매도 심리가 우세한 시장이긴 하나 현재로선 당국이 시장 참가자들의 포지션 상태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고 힘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위치기 때문에 섣불리 달러매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장중에는 당국 개입을 대행하고 있는 일부 은행의 움직임이나 당국 발언 여부 등에 주목하면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이다. 엄장석 국민은행 딜러는 “1,190원선까지 일단 내려선 상태라 애매하고 부담이 된다”며 “좀 더 내려갈 것인지, 다시 올라갈 것인지 당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거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목요일에 당국이 왜 잠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맘만 먹으면 언제든 끌어올릴 수 있다”며 “달러/엔 레벨에 따라 금요일은 1,188~1,195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선 흐름으로 보아 1,190원 하향 시도가 예상되지만 당국이 물러설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다는 점도 분명하다. 달러/엔의 108엔의 확실한 붕괴나 전저점(107.50엔) 테스트가 이뤄지는 여건이 조성돼야 당국도 한발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따져봤을 때 관건은 당국의 1,190원 고수여부와 어느 선까지 물러설 지가 단기적인 환율 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다. 하종수 외환은행 딜러는 “1,190원을 건드리면 당국이 세게 나오고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다”며 “아래로 테스트 가능성을 우선 열어두고 있지만 위로도 튈 여지도 있어 위아래로 열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래로는 1,185원, 위로는 1,195원을 지목했다. ◆ 수급 부담 완화, “NDF만기정산분 미미, 외인 8일만에 주식순매도 전환”매물 부담은 앞선 수요일과 목요일에 비해 약간 덜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환율 하락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NDF만기정산분은 12월 9일자 도래분이 없는데다 전날 3~5억달러로 추정됐던 물량은 당국이 상당부분 중립적으로 처리, 금요일에는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 전망이다. 또 증시 외국인매매동향도 전날 8일만에 순매도 전환했으며 박스권 하단에 도달한 레벨임을 감안하면 업체의 네고물량 공급도 주춤할 여지가 있다. 앞선 날들에 비해 매물벽이 다소 얇아진 것. 당국 개입 경계감이 짙은데다 수급상의 뒷받침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면 환율은 1,190원을 뚫고 내릴만한 힘이 없다. 수급상 부담을 일부 덜어낼 여지가 제공된 것. 다만 8일만에 외국인이 주식순매도로 방향을 바꾼 것은 추세 전환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연말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을 수 있는 한편 경제지표가 강하지는 않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순매도나 자금유출 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또 외환당국 외에 매수세도 그닥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절대적으로 앞선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연말을 앞두고 차관원리금 상환수요가 있을 수 있으나 공공차관은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이미 가져다 썼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 ◆ 달러화 약간 반등, “포지션 조정”달러화는 그동안 약세에 대한 포지션 조정을 약간 이뤘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전주보다 1만1,000건 증가한 36만5,000건을 기록, 전문가들의 예상치(35만5,000건)을 웃돌아 달러매도세가 형성되기도 했으나 최근 급락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은 각각 2%, 3.75%인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전반적으로 큰 그림은 아직 글로벌 달러 약세다. 특히 유로대비 달러의 약세 진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서서히 밀리고 모습. 달러/엔 환율은 4일 뉴욕장에서 한때 107.95엔까지 밀린 뒤 약간 반등, 108.20엔에 마감했다. 직전일 뉴욕 종가인 108.18엔과 거의 비슷했다. 달러/엔은 최근 형성된 박스권인 108~110엔 범가 지지되고 있는 가운데 전저점 하향 돌파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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