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환율은 전반적으로 2003년보다 낮은 레벨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낙폭 확대가 가파르게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경기회복 정도와 맞물린 원화 강세가 진행된다는 것. 미국 달러화도 자국 정치 문제와 경제 구조적인 문제의 단시일내 회복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 약세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됐다. 특히 위안화의 평가 절상 문제가 2004년에도 여전히 국제 외환시장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여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위안화 절상이 가져올 파장은 언제든 국제 외환시장을 뒤흔들 뇌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원화는 그러나 엔화에 비해 강세 정도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회복 정도가 다르기 때문.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기회복세임을 감안하면 원-엔은 약한 디커플링(비동조화)를 보여 엔/원 환율은 이전과 같은 100엔당 1,000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 시장예상환율 1,092.00~1,224.00원뉴스핌(Newspim)이 은행권 외환딜러 10명을 대상으로 2004년 환율전망 폴(Poll)을 실시한 결과, 예상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092.00원, 고점은 1,224.00원으로 집계됐다. (※참고: [환율전망표] 2004년 환율 전망치)이같은 예상치는 올들어 10월까지 장중 고점(4월 2일 1,261.00원)과 장중 저점(10월 13일 1,144.80원)보다 하향한 수치. 조사결과, 아래쪽으로는 7명이 '1,100원', 1명이 ‘1,120원’을 연중 저점으로 지목, 1,100원대가 강하게 지지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나머지 2명은 ‘1,0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 경기회복 정도에 따라 낙폭이 강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쪽으로 '1,200원'을 저항선으로 예상한 딜러가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1,240~1,250원’이 3명으로, 1,200원대에서 환율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강했다. 나머지 1명 ‘1,3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진단, 하락이 제한된 환율이 강하게 상승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 점진적인 하락, 경기회복 반영시장은 일단 세계 경기의 회복 속도와 부진한 국내 경기회복의 실마리가 언제쯤 잡힐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가팔라질 경우 환율은 1,100원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은 대체로 4~5%대에서 형성되고 있으나 급격한 반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내수경기의 회복세가 그리 강하게 되튈 여지가 낮기 때문. 다만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성장 정도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상준 한미은행 딜러는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달러 약세가 누그러질 수 있지만 강세로 완전히 돌아서 가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국내 경기회복 정도에 맞춰 점진적인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범수 제일은행 딜러는 “내년 1/4분기 정도에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이 시기부터 특별한 요인이 없으면 하락세가 차츰 강화될 것”이라며 “1,200원 이상에서 환율이 움직이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아래로는 1,100원 정도가 지지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원화가 국내 경기나 펀더멘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통화가 아님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강세를 보이거나 엔화 강세의 반영정도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성순 기업은행 딜러는 “내년 1/4분기에 경기회복되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원화가 펀더멘털을 좇는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강세 정도가 크지 않을 것 같고 달러/엔 100엔이 무너져도 1,100원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기업들 보수적 환율 책정재계는 내년 환율에 대해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1,000원까지 하락을 예상, 1,000원대를 대비하고 있는 한편, 1,100원은 기본적으로 도달 가능한 레벨로 책정하고 있다. 삼성은 최악의 경우 환율 1,000원 이하를 대비하는 사업계획을 짜놓고 있으며 LG는 수출기업 1,050원, 수입기업 1,250원으로 이원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차의 경우 연 평균 환율을 1,070원 책정했으며 SK그룹은 1,130원(SK네트웍스)~1,200원(SK(주))으로 계열별로 다소 상이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정인우 도쿄 미쯔비시 딜러는 “기업들이 내년 환율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며 “대부분 기업이 1,100원 아래서 환율을 잡고 계획을 잡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보면 1,100~1,200원이 주거래범위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 달러 약세기조 지속, 위아래 제한 요인이같은 예상의 근거에는 국내 경기회복과 함께 미 달러화의 약세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미 달러의 경우,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영준 동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추세전환은 미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 이상의 높은 성장을 3분기 연속 달성해 뚜렷한 회복기조를 이어가는 2004년 2분기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며 “미 쌍둥이 적자, 과잉부채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단시일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전반적인 환율 하락 요인은 △ 글로벌 달러 약세 지속 △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 및 엔화 강세 △ 외국자본 유입 및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흑자 기조 지속 등이다. 반면 하락 제한 요인은 △ 북핵변수 등 지정학적 요인의 불안감 증폭 △ 경기회복 지연 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 미약 △ 소비 및 설비투자 위축 △ 경상흑자폭 축소 등이 제기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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