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이 117엔대로 올라섰다.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영향.
그러나 달러/엔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미․일 경제의 상반된 경제지표 등 일본의 불황탈출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면서 국제 투자자들의 엔화표시자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달러/엔은 일 외환당국과 시장 참가자들간의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박스권을 형성, 시간 조정을 좀 더 거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미 경제지표 부진 불구, 달러/엔 상승
지난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날보다 오름세를 보이며 117.27엔으로 마감했다. 뉴욕 종가기준으로 이달 들어 가장 높은 수준.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빛을 발했다. 일 재무성 미조구치 젬베이 국제담당 차관은 "환율이 오버슈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정부는 시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구두개입과 아울러 일본계 은행들의 달러매수세가 유입됐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 경제지표는 달러화에 힘을 실을 상황이 아니었다. 미 7월 무역수지 적자는 전달보다 0.7%(400억달러) 증가한 403억2,000만달러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00억달러보다 악화됐다.
수입이 공업용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의 증가로 전달대비 1.6% 증가한 1,265억달러에 달한 점이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 이에 따라 올들어 7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85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급증했다.
또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전주보다 3,000건 는 42만2,000건으로 예상치(40만건)을 상회했으며 두달래 최고 수준을 가리켰다.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는 2주 연속 기준선인 40만건을 상회, ‘고용없는 회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른 경제지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주말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8.2(예비치)로 전달(89.3)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90.2)를 밑돌았다. 미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증가에 그친 3,192억달러로 예상치(1.5% 증가)를 크게 하회했으며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도 예상치 0.8%보다 낮은 0.7%에 그쳤다
미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달러화 약세요인이 불거졌으나 일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에 제동을 걸은 것. 현 달러/엔 환율 수준은 정책성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일본 경기 회복세 미국 추월
일본 경기회복세가 만만치 않다. 엔화 강세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2/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1%로 수정 발표했다. 전달 추정치(0.6%)보다 상향 조정됐으며 연율 기준으로도 당초보다 1.6포인트 높은 3.9%를 기록했다.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일본 경제의 회복 속도가 미국(연율 3.1%)을 제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제 투자자들은 일본의 지속가능한 회복 가능성도 염두를 두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4월 20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40%이상 급등한 상태며 외국인은 일본 주식을 8월까지 5개월째 순매수하고 있다. 일 경제의 회복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일본은행(BOJ)는 12일 제로금리에 가까운 현 통화정책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국제 투자자들의 엔화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러브콜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뱅크오브도쿄미츠비시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최근 지표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초"라며 "해외 투자자들을 일본 증시로 끌어들여 엔화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될 여지가 있다. 기술적으로나 수급상 여전히 무거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달러/엔은 주중 116엔대로 밀릴 가능성도 여전하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듯 일본의 시장개입은 정상적인 정책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지속성에도 의문점이 찍히고 있다.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성 개입이 큰 힘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 당국도 이를 감안, 개입의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엔화 강세를 제한하는 구두개입은 유지하면서 엔화 매도개입 시점을 타진하는 그림은 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 당국이 115엔대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감안할 때 달러/엔은 전반적으로 115~118엔의 박스권에 묶일 가능성이 크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