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학의 재정난 호소…사립대는 "등록금 규제 위헌 소지"
교육계 "학생 부담 전가보다 대학 자구력 증진 노력 선행돼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사립대학들이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난을 호소하며 등록금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불투명한 등록금 책정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만 앞세우기보다 적립금과 법인 재정 등 수익 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 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3일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는 4년제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자료 제공 지연·부실 ▲전문가 위원 선임 시 학생 측 협의 배제 ▲서면결의에 의한 심의 절차 미준수 ▲회의 일정 촉박 통보 ▲정족수 하자 ▲회의록 법정 요건 미충족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A대학은 학생위원이 1월 8일 추가 자료 공개를 청구했지만 회의 시점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학교 측도 내부 커뮤니케이션 오류에 따른 지연을 인정했다. B대학 역시 자료 준비가 미흡했고, 공유를 약속한 자료를 제때 제공하지 않는 등 보완 요청 이행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B대학의 경우 정원 외 외국인 등록금과 2026학년도 학부·대학원 등록금 책정 회의는 서면결의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총협은 이같은 사례들을 지난달 13일 교육부에 전달했다.
등심위 위원 구성도 논란거리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의원실에 제출한 '2026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구성 현황'을 보면 자료를 낸 333개 대학(전문대·원격대 포함) 가운데 42%인 140곳은 교직원 위원이 학생 위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위원과 교직원 위원 수가 같은 대학은 174곳(52%)이었고, 학생 위원이 더 많은 대학은 19곳(5.7%)에 그쳤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각 대학이 등록금을 정할 때 학생·교직원 위원 등이 참여하는 등심위를 꾸려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은 학생 위원으로 채우도록 했다. 이 같은 기준은 등록금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다만 대학이 전문가 위원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학교 측 의중에 따라 등록금 책정이 '깜깜이'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각 대학 사정에 따라 등록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지난달 9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태여 정치권에서 관여해 사학의 길을 꺾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등록금 동결 등 국가가 대학 등록금 문제에 크게 관여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요즘 학생들은 선배 공인회계사를 데리고 들어올 정도로 훨씬 더 철저하게 검증하고 감시한다. 등록금을 인상하며 한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학생들이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 한 푼도 허투루 쓰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사립대학을 중심으로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검토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등록금 인상률 상한 규정에 대한 위헌 심판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사립대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부터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 재정 압박이 누적된 측면은 있지만, 학생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 대학 자체 자구력 증진 등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대학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사립대 적립금은 회계연도 기준 ▲2020년 7조 9332억 원 ▲2021년 8조 1353억 원 ▲2022년 8조 3518억 원 ▲2023년 8조 7002억 원 ▲2024년 9조 554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적립금은 대학이 장학금, 건물 신축, 연구비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수입의 일부를 적립해 운용하는 자금이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적게 받았다고 해서 학생들의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최근 4년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2021년 12.7%였던 학자금 대출 이용률은 2022년 12.9%, 2023년 13.8%, 2024년 14.3%로 꾸준히 상승했다. 2024년 기준 학자금 대출 이용률은 전체 평균 14.3%였다. 설립 유형별로는 국공립대가 11.4%, 사립대가 15.2%로 사립대가 국공립대보다 높았다.
교육재정에 밝은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 재정난이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등록금 인상만으로 문제를 풀려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사립대학은 적립금과 법인 재정, 자체 수익 구조를 점검하면서 기본 운영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부터 투명하게 보여주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재정 문제는 학생 부담을 곧바로 늘리는 방식보다는 대학의 자구력 강화와 등심위 운영 개선,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책임 확대를 함께 묶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