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여자배구 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을 일주일 앞두고 김종민 감독과 결별했다. 그 결정은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 운영 문화와 공기업 스포츠 철학을 동시에 드러낸 일종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
2025-2026시즌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을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통합 우승을 노리는 최고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지난 4월 1일 개막하는 챔프전을 앞두고, 팀은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단계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구단은 지난 3월 26일, 3월 31일 계약 만료를 이유로 10년간 팀을 맡았던 김종민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사실상 경질을 통보했다. 정규리그 1위 감독이 챔프전 시작 엿새를 남기고 팀을 떠나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도로공사 측의 표면적 논리는 '계약 만료'다. 하지만 실질적인 배경에는 코치 폭행 사건에 따른 약식 기소가 놓여 있다. 김종민 감독은 지난 2024년 11월 숙소에서 코치와 설전을 벌이던 중 리모컨을 던지고 목을 밀치는 등 폭행 혐의로 피소됐고, 검찰 약식 기소 단계까지 진행됐다.
공기업이라는 도로공사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폭행 혐의로 약식 기소된 감독과 챔프전을 치른다'는 부담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작동했을 것이다. 구단은 "승리보다 도덕성"을 앞세운 선택이라고 주장할 명분을 확보했지만, 그 타이밍은 스스로의 설명도 궁색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경질 여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였다. 도로공사는 이미 약식 기소 사실을 한 달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릴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구단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김종민 감독에게 '우승 공언'을 하게 한 뒤,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결별을 통보하는 모순된 장면을 연출했다. 김종민 감독이 "선수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 했다"라고 털어놓을 정도로, 프로 조직의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통보식 마무리'가 이뤄졌다는 점도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도덕성을 내세운 결정이었지만, 절차와 시점만 놓고 보면 오히려 프로페셔널리즘과 조직의 품위는 구단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 됐다.
도로공사는 김영래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챔프전에 나서야 했다. 전술적 준비 못지않게 '멘탈 관리'가 중요한 단기전에서, 10년간 함께한 감독과의 이별을 소화할 시간조차 없이 코트에 서야 하는 상황은 선수들에게 분명한 악재다.
실제로 지난 1일에 열린 GS칼텍스와의 챔프전 1차전에서 도로공사는 홈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감독 부재 이슈가 경기 외적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를 피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1위 팀'의 챔프전은 리그 전체의 상품 가치와도 직결되는데,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연출된 이 혼선은 여자배구 V리그가 공들여 쌓아 올린 리그 브랜드에도 상처를 남겼다.
폭행 논란이 사실이라면, 시즌 중이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그 책임의 방식과 타이밍이 과연 팀, 선수, 리그, 팬을 모두 고려한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공기업 구단이라면 더욱 투명한 절차와 일관된 기준, 그리고 구성원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이 '도덕성'의 완성이다. 도로공사의 이번 결정은 "승리보다 도덕성"이라는 주장과 별개로, 한국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공기업 팀이 어떤 철학과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꺼내놓았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