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온 것 같은데요?"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에 경찰서 앞 대기 중이던 취재진 사이로 순간 정적이 흐른다. 카메라가 일제히 들어 올려지고, 노트북 키보드 위로 긴장된 손길이 내려앉는다. 곧 차량 한 대가 서서히 멈춰 서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진다. 문이 열리고, 모두가 기다리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굳은 표정의 정치인이 짧게 한마디만 남긴다.
지난 몇 달간 경찰에 출석하는 정치인들을 기다리면서 수차례 본 장면이다. '1억 공천헌금 의혹'을 받는 강선우 무소속 국회의원 때도, '13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기 무소속 국회의원 출석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물' 정치인의 경찰 출석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국회에 있어야 할 사람들을 왜 경찰서에서 보게 되는지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특히 최근 조사를 받은 두 의원 모두 공천 헌금이나 특혜 수수 등 정치인의 지위를 이용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더욱 크다. 국민을 대신해 일하라고 맡긴 자리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경찰서에 나와야 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셈이다.
강 의원은 2개월이 넘게 이어진 수사 끝에 검찰에 넘겨져 구속기소됐지만, 김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의혹 제기 반 년이 넘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받고 있는 의혹이 13개나 되는 탓에 수사가 길어지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지난 3차 조사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현역 정치인을 상대로 한 수사라는 점에서 경찰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민생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김 의원은 자신의 의혹들을 부인하는 입장인 만큼 시시비비를 철저히 가려 수사 결과에 대한 의문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약 2개월 뒤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지난해 대선 이후 다시 민심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동시에 국민을 대신해 성실하게 일할 사람들을 뽑는 자리이기도 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표 하나에는 종이 한 장과 비교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정치인에 대한 경찰 수사는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다시 일깨운다. 경찰 역시 맡은 수사에 최선을 다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늦어진 수사라면, 그만큼 더 꼼꼼하고 완결된 결과가 나와야 한다. 정치인에게도 예외 없는, 엄정한 수사 원칙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수사를 받는 정치인을 비롯해 모든 정치인은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이나 악재쯤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그 자리에서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더 돌아볼 때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