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 활용해 적자 국채 발행 안 한다지만…실현 가능성엔 물음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전쟁 당사국보다 빠른, 세계에서 가장 이른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최근 기자가 재정당국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정부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추경을 이른바 '전쟁 추경'으로 규정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을 만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진짜 주말에 밤 새워 (추경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추경 편성의 속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전쟁'을 명분으로 추경을 편성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은 국내가 아닌 중동 지역 분쟁이라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국제 유가와 에너지 가격 변동이 국내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하지만, 이를 곧바로 추경으로 연결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만약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될 경우 추경 편성의 명분 역시 빠르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섣부른 추경의 편성·집행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08년 유가 급등 당시 정부는 추경 편성 요건으로 경기 침체를 꼽았는데, 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재정당국은 그동안 경기침체 요건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로 판단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이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보다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요건 해석이 정권에 따라 변하거나, 그 범위가 넓어진다면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운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추경 재원 마련 방식 역시 논란을 키운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 재원을 마련하고 적자 국채 발행은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정 지방이전지출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경우 과거와 마찬가지로 세계잉여금이 다시 추경 재원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세계잉여금의 성격이다. 국가재정법 제90조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는 국채 상환 등 재정건전성 확보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요할 때마다 추경 재원으로 활용된다면, 재정 원칙은 사실상 뒷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과거 윤석열 정부 1차 추경(2022년) 당시 초과 세수 활용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던 건 바로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사업의 효과성도 따져볼 대목이다. 고유가·고환율로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재정 지출 확대는 단기적인 체감 효과를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금성 지원이 포함될 경우 6·3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지출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은 위기 상황에 과감하게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명확한 기준과 설득력 있는 명분이다. 지금 정부는 추경에 속도전을 내고 있지만, 기준과 원칙은 오히려 뒤로 밀려나고 있다. 위기 대응이라는 이름 아래 재정 원칙이 발걸음을 멈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