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이란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방인 중국 선박까지 회항시킨 데 이어,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 법제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해협 재개방 시한을 다시 한 번 연장한 직후 나온 조치로, 중동 정세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 우방국 선박도 예외 없는 선별 통제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중국 코스코(COSCO) 소유의 'CSCL 인디언 오션'호와 'CSCL 아틱 오션'호를 포함한 컨테이너선 3척에 회항을 명령했다고 밝혔으며, 그 증거로 해당 선박들이 기수를 돌리는 모습이 담긴 항적 데이터를 공개했다. IRGC는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되었다"고 선언하며, 허가받지 않은 통행은 "엄중한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시간 선박 추적 서비스인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자료 역시 이들 선박의 회항 사실을 뒷받침한다며 이란이 우방국인 중국 소유의 선박조차 가로막으며 전략적 요충지인 해협 통과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이 최근 몇 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는 선박을 상대로 공격과 나포, 위협 통신을 반복해 사실상 해협을 반 봉쇄 상태에 빠뜨린 가운데 나왔다.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평소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란의 위협과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공격이 국제 유가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란은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보낸 서한에서 "비적대적(nonhostile) 선박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테헤란 톨게이트'…국제법 위반 논란 확산
이란 의회는 한술 더 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안전 통과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NYT는 의회에 상정된 이 법안이 향후 며칠 내 의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며, 현재의 비공식 통행료 징수 관행을 법제화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이란 의회 의원들은 법안이 "테헤란의 주권, 통제 및 감독권을 행사하는 체계"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운 전문 매체 로이즈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실상의 톨게이트(toll booth)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선박들에 사전 통과 승인(clearance)을 요구하며, 일부 선박에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비용을 부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모든 국가의 선박에 '통과통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이 보장되는 국제 수로라는 점을 들어 이란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21마일(34km)로 이란과 오만의 영해가 겹치지만, 국제법상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는 국제 항로로 간주돼 왔다.
◆ 한국도 에너지 수급·성장률 '비상'
이란의 호르무즈 '테헤란 톨게이트' 현실화는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내 주요 기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통행료 징수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0%에서 최저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입 물량 가운데 약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만큼 물량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석유화학·정유·반도체 등 전방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이란발 에너지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