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팹 아니라 '미니 TSMC'
월가 6개 장비 업체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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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TSLA) 최고경영자(CEO)가 이른바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를 발표한 가운데 월가는 수혜주 발굴에 잰걸음이다.
머스크의 200억달러짜리 베팅이 반도체 칩 공급망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는 ASML(ASML)을 포함한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반사이익을 점친다.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구상은 단순히 신규 팹 하나를 건설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니 TSMC(TSM)'를 미국에 구축한다는 의미로 월가는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청사진이 현실화될 경우 극자외선(EUV) 노광부터 식각 및 증착, 계측 및 검사, 패키징과 테스트 장비를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및 인프라 업체들이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IB들이 ASML과 KLA(KL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램 리서치(LRCX), TE 커넥티비티(TEL), 테라다인(TER) 등을 테라팹 수혜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머스크가 발표한 테라팹은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 건설할 초대형 반도체 공장으로, 테슬라와 스페이스 그리고 xAI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200억~250억달러 규모의 AI 칩 전용 슈퍼 팹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이 공장을 통해 완전자율주행(FSD) 전기차, 로보택시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에 쓰일 칩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테라팹은 연간 1테라와트 수준의 연산 용량을 공급할 수 있는 AI·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데 목표를 두고 건설될 예정이다. 테슬라의 발표에 따르면 2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월 최대 100만장, 연간 100억~200억개의 칩을 찍어내는 수준의 생산 능력을 지향한다. 단일 공장 규모만 놓고 보면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전체 생산 능력의 70%에 근접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테라팹은 단순 파운드리가 아니라 설계와 마스크 제작, 웨이퍼 공정, 첨단 패키징 그리고 테스트를 한곳에 묶어 설계 변경부터 생산과 검증까지의 리드타임을 며칠 단위로 줄이는 소위 '리커시브(순환형) 제조 시스템'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끈다.
머스크는 발표 자리에서 "메모리 칩 공급 증가가 지금과 같이 연 20% 수준에 머물면 AI가 필요로 하는 연산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하며 테라팹을 테슬라 AI 전략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1테라와트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과격하다. 테슬라 측 설명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산 공급량은 약 20기가와트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테라팹이 지향하는 목표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투자 규모가 5조~13조달러에 이르고, 웨이퍼 캐파는 현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냉정하게 따지면 사실상 반도체 산업 전체를 다시 만드는 데 필적하는 난이도라는 평가다.
테라팹이 2나노 이후 노드를 겨냥한 최첨단 팹이라는 사실은 장비 업체 관점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생산 공정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웨이퍼당 공정 단계 수와 장비 투입 강도, 즉 '프로세스 인텐시티'가 크게 늘어난다. 둘째, 수율 확보와 공정 변동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계측 및 검사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TSMC와 삼성전자만이 현재 2나노급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상황에 테라팹이 동급 공정을 자체 구축하려면 EUV·하이 NA EUV, 원자층 증착(ALD), 식각, CMP(화학 기계적 연마 공정), 고난도 패키징, 테스트 설비까지 전 라인에 걸쳐 최첨단 장비를 대량 도입해야 한다.
업계 추산으로는 첨단 팹 건설 비용 중 70~80%가 장비 구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테라팹이 일정 수준까지라도 실현된다면 그 자체로 글로벌 웨이퍼 팹 설비(WFE) 사이클에 중대한 추가 수요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테라팹이 3년 이후 WFE 업사이드를 가져올 잠재적 콜옵션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특히 ASML의 EUV와 KLA의 계측·검사 시스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리서치의 식각·증착·패키징 장비, TE 커넥티비티의 데이터센터용 고속 인터커넥트, 테라다인의 테스트 장비를 수혜 포트폴리오로 묶는 움직임이다
다만, 아직 테라팹의 타임라인과 자금조달 구조, 공정 스펙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의 주가 반응은 장기 옵션에 대한 프리미엄 성격이 강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 ASML: EUV 독점 공급자 = 테라팹이 2나노 공정을 전제로 한다는 전제만 놓고 보면, 가장 필수적인 공급자는 ASML이다.

2나노 노드는 더 이상 심자외선(DUV)과 멀티 패터닝만으로는 양산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수라는 사실은 TSMC와 삼성전자의 N2·SF2 라인에서 이미 입증됐다. 여기에 머스크가 공언한 '물리 한계 도전'과 공정 미세화 지속을 감안하면 ASML이 개발 중인 하이 NA EUV 장비까지 테라팹의 장기 로드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SML은 EUV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각 장비 가격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첨단 팹 하나가 발주하는 장비만으로도 수십억 달러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미즈호는 보고서를 내고 2026년 전체 EUV 출하 대수가 2025년보다 소폭 줄어들 수 있다고 보수적으로 전망한 바 있지만, 최근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장비 투자와 TSMC 및 메모리 업체들의 첨단 투자 재개를 반영해 ASML 투자의견을 '시장 수익률 상향'으로 올리고 2026년과 2027년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각각 6%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테라팹이 실제로 2나노 양산 단계에 들어갈 시점을 2027~2029년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치는 기존 고객사인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장비 사이클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테라팹 건설이 본격화되면 ASML의 중기 수주 잔고를 지지하는 새로운 축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월가에서는 테라팹 관련 새로운 소식들이 ASML의 주가 조정 시 비중 확대의 명분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