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한 원유 수송 대부분 중단
미국 원유 재고 690만 배럴 증가…예상치 상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25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2% 하락했다. 다만 여전한 이견과 불확실성으로 금값은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3달러(2.2%) 내린 배럴당 90.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2.27달러(2.2%) 하락한 배럴당 102.22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브렌트유는 최대 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유가는 미국이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15개 항의 제안을 이란에 전달했다는 보도 이후 하락했다. 이란은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제안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더 강한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익명의 고위 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용해야 할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인정 등이 포함됐다.
분쟁 향방에 대한 혼선은 군사 움직임에서도 드러났다. 백악관은 미 제82공수사단 병력 약 2,000명을 해당 지역에 배치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해병 원정단 2개 부대를 파견했으며, 추가 항공기와 함정도 계속 도착하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현재 상황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옥을 풀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레빗 대변인은 지난 3일간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생산적으로 진행됐다"고도 밝혔다.
CNN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번 주말 이란 관련 협의를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TD증권의 라이언 맥케이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말과 행동 간 불일치는 전쟁 이전 협상 국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대규모 군사력이 지역에 집결하는 상황은 시장의 회의론을 키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공급이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기준 유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터부시 앤 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유가는 백악관이 협상 진전을 부각하려는 움직임과, 이란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며 "이란의 부인으로 인해 추가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매우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도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 및 정제제품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한 이후, 수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를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소비자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추가적인 공동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
일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3월 20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은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3월 20일까지 한 주 동안 에너지 기업들은 원유 재고를 690만 배럴 늘렸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50만 배럴 증가)는 물론, 미국석유협회(API)가 전날 발표한 240만 배럴 증가 추정치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 유가 하락에 인플레 우려 완화… 안전자산 금값은 반등
금값은 약 2% 상승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진 것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동시에 중동 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지속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3.4% 상승한 온스당 4,552.3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26일 오전 2시 30분 온스당 4,552.94달러로 1.8% 상승했다.
제이너 메탈스의 부사장이자 수석 금속 전략가인 피터 그랜트는 "금은 기술적 반등 국면에 있으며, 이란과 관련된 적대 행위가 완화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유가를 낮추면서 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안에 추가적인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완화되는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금값은 다시 온스당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켜 장기간 높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을 낮춘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보유 비용(기회비용)이 커져 매력이 떨어진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헤펠레는 수요일 보고서에서 투자자 포지션 축소, 중동 지역 수요 감소, 금리 인상 기대 등이 최근 금값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 요인 중 일부는 향후 몇 달 안에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금값 조정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