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예측 어렵다"던 판단 한 달 만에 뒤집혀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약 1조5000억원어치를 매각한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율 상승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매각 이익 예측이 어렵다'던 회계 판단과 배치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약 624만주(0.11%), 삼성화재는 약 109만주(0.02%)를 처분한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처분 금액은 삼성생명 약 1조3020억원, 삼성화재 2275억원 수준이다.

이번 매각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른 구조 변화에 대응한 조치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62%, 1.51%로 높아지며, 금융계열사의 비금융사 지분 보유 한도를 10%로 제한하는 금산법 규제에 근접하거나 초과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초과분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2018년과 지난해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국면에서도 지분율 상승에 맞춰 보유 주식을 매도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판단을 놓고 논란이 다시 나온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0일 실적발표(IR)에서 삼성전자 지분과 관련해 매각 이익의 발생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유배당계약자 몫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했다.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지급 가능성이 있는 금액만 부채로 인식한다'는 원칙에 따른 판단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의 발생 시점과 규모 변동성이 커 배당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식화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실제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해당 판단의 전제 자체가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시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상법 개정안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던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해당 법안은 IR 당일(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25일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보통주 7336만주를 올해 상반기 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9일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지난 11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유배당계약의 역마진이 지속돼 계약자들에게 추가로 지급할 배당 재원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유배당계약의 평균 보장수익률은 약 7%인 반면, 지난해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4% 수준으로 약 3%포인트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삼성생명 사업보고서와 관련해 "삼성전자 지분 처분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자사주 소각 확대와 금산법상 지분 한도 이슈, 보험업법 개정 논의 등 외부 요인이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또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향후 삼성생명이 보유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 만큼, 매각 가능성과 매각이익의 계약자 배당 연계 여부를 시나리오와 민감도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적발표일은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공시 이전으로 자사주 소각 계획을 사전에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향후 자산운용수익률이나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유배당계약에 귀속되는 이익이 결손을 초과할 경우 계약자 배당 재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