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험업계의 자본 정책이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 보유 중인 자사주는 18개월,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내 소각이 의무화되면서다. 주주환원 확대 취지의 제도지만 보험사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보험사들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건전성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자본총계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K-ICS 규제 도입까지 예고하며 자본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과 자본 확충 요구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책 간 엇박자라는 불만도 나온다. 상법은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감독 규제는 자본을 더 두텁게 유지하라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 확충과 자사주 소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일부 보험사가 먼저 결정을 내렸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법 시행 과정과 자본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보험사들이 그동안 주주환원에 충분히 적극적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오랫동안 높은 자사주 비중을 유지해 왔다. 현재 보험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곳은 미래에셋생명(26.3%), 한화생명(13.5%), 삼성화재(13.4%), 현대해상(12.3%), 삼성생명(10.2%) 등이다.
상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최근 일부 보험사는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임직원 보상 목적 자사주를 제외한 약 93%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DB손해보험도 약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현대해상 역시 보유 자사주 일부를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그동안 높은 자사주 비중을 유지해 온 보험사들이 상법 개정 논의 이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두고 "주주환원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보험사 내부에서는 자본 규제와 배당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배당 재원이 거의 없는 구조"라며 "배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자사주 소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킥스 비율과 자본 규제 영향 등을 검토한 뒤 실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아직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지 않은 보험사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은 자사주 소각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한화생명 역시 법 시행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어느 한쪽의 책임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정책은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자본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보험업계 역시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을 쌓으라고 하면서 동시에 줄이라고 요구하는 정책도 문제지만 주주환원 논의를 미뤄온 보험사의 태도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보험업계가 겪는 혼란은 어쩌면 오래 미뤄온 숙제가 한꺼번에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일지도 모른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