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식 역전략...성공 가능성엔 회의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평화 협상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진짜 이유는 결국 글로벌 패권의 최대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 도박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각)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유도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질서가 중국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러시아 끌어안기'로 中 고립 노린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러시아를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한 뒤 미국의 경제적 인센티브와 투자를 통해 서방 진영으로 다시 끌어들일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권력의 축을 중국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더 가까이 정렬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에 매우 유리한 새로운 힘의 균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중국 견제'라는 명분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15개월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돌파구 마련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 준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주 플로리다에서 푸틴의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와 회동했으며, 양측 모두 이를 "생산적인 대화"라 평가하며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우크라이나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회의론
미국의 이 같은 도박에 우크라이나는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과거 독일의 동방정책(Ostpolitik)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러시아는 유럽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을 갈라놓으려 하지만, 두 나라의 가장 큰 공통점은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을 증오한다'는 것이며 이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강력한 철권통치를 유지하는 한, 밀월 관계를 끊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은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큰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 '제한적 전술 협력'일 뿐, 중국과의 근본적 결별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러, 中의 영원한 하위 파트너 전락 막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란 석유 시설 타격 역시 이란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13%에 달하는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제재 대상국인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으로부터 헐값에 원유를 사들이며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부당한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시사했다.
그는 "러시아가 중국에 완전히 종속돼 '영구적인 하위 파트너(permanent junior partner)'로 전락하는 상황은 미국과 유럽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라고 경고했다.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의 애덤 사빗은 "러시아가 중국에 전략적 깊이와 저렴한 에너지, 그리고 서방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우크라이나 전선이라는 거대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미중 경쟁의 핵심 무대는 결국 동아시아이며 러시아는 이 관계에서 확실한 하위 파트너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