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서비스 강화는 외면...OEM 방식 주로 채택
내수 어려운 상황서 비용 중요...하지만 품질 간과 안돼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최근 중견기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코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가구, 렌털, 소형가전 등 기존의 업계 구분이 무색해질 정도로 개별 기업이 여러 제품을 다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샘과 신세계까사 등 가구 인테리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은 올해 매트리스 사업에 주력한다. 각 사별 디자인을 반영한 침구, 매트리스 제품을 통해 종합적인 라인업을 완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코웨이는 신규 브랜드 '테라솔'을 론칭해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쿠쿠는 세탁기, 가습기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종합가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표면적으로는 '종합 라인업'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으로 포장됐지만, 중견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릴레이에는 ′웃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너무 어려워진 탓에 기존 주력 제품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한샘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조744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1조9093억원) 대비 8.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2억원에서 184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신세계까사는 작년 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면서 그룹 내 골칫거리로 전락했으며, 쿠쿠도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 내 밥솥의 비중이 70%에 육박한다는 점이 옥의 티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군을 다양화하다 보니, 품질보단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소형가전을 다루는 신일전자는 캐리어, 텀블러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정작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쿠쿠의 수치는 0.91%였지만, 지난 2023년(0.95%)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중견기업들은 라인업을 확장할 때 자사 기술력을 강화하기보다는 OEM(위탁생산)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한폭탄과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언제든 제품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신일전자가 자사 텀블러믹서 제품 전량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단행한 바 있다. 일부 제품에서 안전 컵과 본체의 결합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변리사는 "현재 웬만한 중견기업 중 자신의 기술력만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며 "정수기의 경우에만 봐도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필터의 냉각 기술은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사출 금형, 청소기 본체·필터 등 여러 제품을 제조할 때 대부분의 부품을 외부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우후죽순 신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자사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건 곧 품질 저하로 직결된다"며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A/S) 등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간과한다면 품질 저하 문제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당장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 확장이 중요하므로, 그 부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연구개발·고객 서비스 강화를 통한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기업으로서야 물건을 팔고 나면 끝이라지만 관련 문제로 피해를 보는 건 오로지 일반 소비자, 즉 대중이기 때문이다.
stpoems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