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란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마비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원자재 비축 경쟁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물량에는 세계 LNG(액화천연가스)의 20%, 해상 비료 수출의 33%, 걸프국 식량 수입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당장 시장의 시선은 유가에 쏠려있지만 더 큰 후유증이 염려되는 쪽은 LNG다. LNG는 원유와 비교해 국경 간 거래 비용과 물류 제약이 커 시장 통합도가 낮다. 극저온으로 냉각·액화한 뒤 전용 터미널과 운반선을 갖춘 곳끼리만 거래할 수 있어 유연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장기화 시에는 공급 차질의 충격이 원유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이달 앞서 대서양권 LNG 운임 지표인 스파크30S가 하루 만에 40% 넘게 급등해 역대 최대 일간 상승폭을 기록한 것은 이런 물류 경직성의 우려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물류상의 제약으로 중동산 공급 차질의 장기화가 예상되자 기존 수요처의 대서양 물량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세했다.
LNG 비축 체계는 이번 사태를 거치며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에서 LNG 비축 관리는 이미 가동 중이지만 원유만큼 체계가 갖춰지지는 않았다. 전용 극저온 시설이 필요해 통상 수일~수주치 완충분만 유지돼 왔다. 예로 일본의 경우 LNG 재고는 약 440만톤으로 약 3주 치 수준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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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차질의 파급은 비료 공급망을 거치며 비축 경쟁의 외연 자체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천연가스는 암모니아·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여서 LNG 공급 중단은 비료 가격과 조달 불안을 함께 자극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비료 교역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어서 봉쇄가 길어질수록 중동발 요소·유황 물량 차질이 비축 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식량도 비축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 6개국으로 수입되는 식료품의 70% 이상이 호르무즈를 거친다. 신선 식품은 저장 자체가 물리적으로 까다로워 컨테이너선 운항 중단의 충격에 취약한 편이다. 비료 가격 급등이 작황 악화로 이어지면 곡물 수입국들의 선제적 확보 경쟁은 더 거세져 비축의 전선이 곡물까지 번질 수 있다.
석유 부문에서는 비축 경쟁 격화는 전망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중국은 이란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마비 직후 디젤·가솔린 신규 수출 계약을 즉각 중단하며 자국 물량을 틀어쥐려는 행보를 보였다. 이미 중국은 작년 내내 저유가 시기를 활용해 전략·상업 비축유를 12억~14억배럴까지 쌓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사태가 각국의 비축 경쟁에 불을 붙일 경우 세계 경제의 비용 구조에는 추가적인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발 무역전쟁, AI 개발 경쟁을 거치며 각국이 받아온 이른바 '주권 수호' 압력은 그 자체로 세계 경제의 비용 상승 요인이었다. 주요 수송로를 불안은 각국의 비축 유인을 한층 더 강화할 갈 가능성이 있다.
부담은 단순히 쌓는 데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G7(주요 7개국)은 IEA(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 전략비축유 협조 방출을 논의했으나 즉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당장 풀면 위기 장기화 시 완충 여력이 줄어 다시 채워야 하는 압박에 놓이고 풀지 않으면 가격 급등을 방치하게 된다. 비축을 쌓을 때, 다시 채울 때도 비용이 드는 만큼 비축 경쟁이 강화될수록 그 부담은 반복적으로 비용 구조에 누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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