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집에 출구 없는 도박 시작됐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라는 거대한 도박을 벌인 가운데, 이를 보좌하는 핵심 참모들은 승리 이후의 종착지를 가늠할 수 없는 '전략적 미로'에 갇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작전명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가 시작되기 전 백악관 내부에서는 격렬한 경고음이 울렸으나 결국 트럼프의 강경 노선이 모든 신중론을 압도했다.
◆ 밴스의 '정치적 도박'과 루비오의 '침묵'… 트럼프에 무릎 꿇은 참모들
이번 전쟁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인물은 JD 밴스 부통령이다. 외국 전쟁 비판으로 정치적 명성을 얻었던 그는 초기에 중동의 예측 불가능한 분쟁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 행동 의지가 확고해지자 밴스는 돌연 "신속하고 단호한 공격"을 주장하며 대통령의 '돌격대장'으로 변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초기에는 미온적이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사태 수습에 매달렸던 그는 이번 전쟁이 가져올 외교적 역풍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의중이 분명해지자 결국 입을 닫았다.
루비오는 전쟁 초기 "이스라엘이 미국을 이란 공격으로 이끌었다"고 언급했다가 트럼프가 공개 반박하자 단 하루 만에 발언을 철회하는 등 철저히 대통령의 보조를 맞추고 있다.
보수 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커트 밀스 사무총장은 "이 백악관에서는 정책 노선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참모들이 저항 없이 전쟁에 동조하게 된 배경을 꼬집었다.
◆ 2028 대권 가도의 '비상'… 정치적 미래 건 위험한 동행
이번 전쟁은 단순히 국가적 위기를 넘어 밴스와 루비오 두 사람의 정치적 생명에도 거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차기 2028년 대선의 강력한 경쟁자들로 꼽히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은 자신의 비개입주의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미국 사상자 없는 빠른 승리'에 도박을 걸었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의 지지 기반인 비개입주의 진영의 이탈은 피할 수 없다.
루비오 장관 역시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간 쌓아온 외교적 성과와 정치적 자산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처지다.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정치적 야망이 있고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인사들에게 이 전쟁은 결국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 중간선거 앞두고 '유가 폭등' 비상… 통제권 잃은 경제 시나리오
전쟁의 여파는 이미 백악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생활비를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중간선거 핵심 메시지를 정면으로 타격하고 있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밴스 부통령은 중간선거를 8개월 앞두고 국내 정치적 파장을 관리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전쟁에 열광하는 트럼프와 달리,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의 동맹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유조선 보험 제공 등 긴급 조치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시장의 신뢰가 크지 않다"며 향후 전개될 미지의 영역에 대한 공포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에픽 퓨리'는 시작됐지만 그 뒤를 따르는 참모들은 지금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기분일 것이다.
몇 주 안에 끝내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어긋나 '장기 소모전'으로 변질될 경우, 백악관 내부의 균열과 참모들의 정치적 파산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