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이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약화된 방공망을 재건하기 위해 러시아와 약 5억유로(약 8천524억원) 규모의 휴대용 방공미사일 도입 계약을 비밀리에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러시아 측 유출 문서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소보론엑스포르트와 모스크바 주재 이란 국방·군수부(MODAFL) 대표부 간에 체결됐다.

계약에는 러시아의 최신 휴대용 방공 시스템 '베르바(Verba)' 발사기 500기와 '9M336' 미사일 2천500발을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에 걸쳐 인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식통 중 한 명은 일부 물량이 조기 인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베르바는 적외선 유도 방식의 어깨발사형 미사일로, 순항미사일과 저공 비행 항공기, 드론 등을 요격할 수 있는 러시아의 최신 방공 체계 중 하나다. 소규모 기동팀이 운용할 수 있어 고정식 레이더에 의존하지 않고 분산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9M336 미사일을 발당 17만유로, 발사기를 기당 4만유로에 판매하며, 야간 표적 식별용 '모글리-2' 장비 500기도 계약에 포함됐다.
이란은 지난해 6월 13일부터 12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로 통합 방공망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공습에 잠시 가세했다. 그 결과 이란 방공체계가 약화되면서 이스라엘 공군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에 따르면 이란은 분쟁 직후인 지난해 7월 러시아에 해당 시스템 도입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계약 내용이 공개된 시점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제한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고한 상황과 맞물린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스라엘과의 전쟁 당시 이란을 적극 지원하지 못한 뒤 관계 복원을 모색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전직 미 고위 관리는 "러시아는 이란을 전략적 파트너로 유지하려 한다"며 "위기 당시 즉각 개입하지 못했더라도 사후적으로 관계를 복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양국 간 군사 협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이란은 지난 2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공급해왔으며, 양국은 2025년 1월 양자 관계 강화를 위한 조약도 체결했다. 이란은 러시아제 수호이 Su-35 전투기 2개 비행대 도입도 추진하고 있으나, 인도 지연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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