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대체할 저저항 신소재…AI 칩 한계 돌파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글로벌 소재기업 머크가 차세대 반도체 공정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신소재 '몰리브덴(Mo)'을 필두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머크는 미세 노드 공정에서 한계에 봉착한 기존 텅스텐과 구리를 대체할 몰리브덴 솔루션을 전면에 배치하고, 이를 충북 음성과 경기 안산 등 국내 거점에서 직접 생산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을 AI 소재의 글로벌 허브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머크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 선보일 AI 기반 통합 소재 솔루션과 몰리브덴 혁신 기술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이사와 캐서린 데이카스 머크 일렉트로닉스 수석부사장 및 딜리버리 시스템&서비스와 특수가스 비즈니스 총괄 헤드 등이 참석해 AI 시대에 대응하는 머크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머크가 이번에 집중 소개한 몰리브덴은 AI 칩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몰리브덴은 미세한 노드와 복잡한 칩 아키텍처 구현에 필요한 핵심 신소재로, 텅스텐(W)이나 구리(Cu) 대비 향상된 전기 전도성과 낮은 저항성을 제공한다. 특히 3D 낸드, DRAM, 첨단 로직 애플리케이션의 저저항 박막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어 칩 제조사들이 더 작은 노드 크기로 전환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머크가 핵심 소재인 몰리브덴 화합물을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한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거대 기업들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함으로써 국내 고객사들의 공급망 탄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머크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현지화된 글로벌 소재 파트너"라며 "단순히 비즈니스 현황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들에게 더 깊이 있는 기술적 지원과 오퍼링(제공 서비스)을 주기 위해 한국 내 생산 인프라와 기술 센터를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머크는 박막, 포뮬레이션, 특수가스 등 반도체 전 공정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에서 총 12곳의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소재의 발굴부터 양산 공급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포트폴리오를 통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과의 기술적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캐서린 수석부사장은 "AI 경쟁은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뿐 아니라 속도와 근접성도 요구한다"며 "고객사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머크는 원활한 공급망을 통해 한국 현지에서 몰리브덴 솔루션을 현지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몰리브덴 화합물 제조 시설은 음성 공장에서 현지화 중이며 딜리버리 시스템 제품들은 안산 공장에서 생산 중"이라며 "이러한 프로세스는 이 핵심 분자에 대한 탄력적이고 고품질의 공급망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머크는 몰리브덴 도입의 기술적 난제와 이를 극복한 독자 솔루션도 공개했다. 몰리브덴은 상온에서 고체 상태인 특성상 175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해야 기체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콜드 스팟(Cold Spot)'이 발생하면 배관이 막히는 등 공정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크는 맞춤형 공급 장치인 '켐키퍼(CHEMKEEPER®)' 딜리버리 시스템을 내세웠다.
캐서린 수석부사장은 "정밀한 온도 및 압력 제어를 통해 소재 사용 효율을 99%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며 "고밀도 충전 기술로 용기 교체 주기를 늘려 고객사의 총소유비용(TCO)을 낮추는 통합 솔루션이 머크만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보는 머크가 추진해 온 대규모 한국 투자 전략의 일환이다. 머크는 2021년 발표한 6억 유로(당시 86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에 따라 몰리브덴 소재 현지화, 특수 가스 생산 능력 확대, 응용 및 기술 센터 증설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안성에 스핀온절연막 응용 센터(SOD Application Center)를 개소하고 시화 공장의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등 국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사 확보를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며 "핵심 소재의 현지화 등을 통해 한국 시설은 명실공히 AI 시대 혁신과 제조를 위한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