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정점 우려에 기술주→암호화폐로 매도 확산
은 17% 폭락·토큰화 상품 강제 청산…"담보 데스 스파이럴" 경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암호화폐 시장의 투매세가 5일에도 이어지며 일시 7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글로벌 기술주 급락과 귀금속 시장 붕괴가 맞물리면서,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에 걸쳐 유동성 경색과 강제 청산 압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비트스탬프 기준으로 일시 6만9101달러까지 하락하며 대표적 기준선으로 여겨지던 7만 달러를 하향 돌파했다. 코인베이스에서는 비트코인이 7만2달러 부근에서 저점을 형성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비트스탬프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매도 압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거래소 특성상, 급격한 변동성 국면에서 공포성 매도가 빠르게 쏟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얇은 구조 역시 매도 물량이 가격 하락으로 즉각 반영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거래소 간 가격 괴리는 패닉성 매도와 강제 청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얼마나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다.
한국시간 오후 7시 11분 현재는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6.4% 내린 7만1309달러에, 이더리움(ETH)은 5.9% 밀린 21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XRP, BNB, 솔라나(SOL) 등 주요 알트코인도 8~12%대 큰 폭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코인데스크가 집계하는 글로벌 평균 가격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초 12만6000달러를 웃돌며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6만 달러 안팎까지 추가 조정이 이어질 수 있으며, 그 부근에서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AI 투자 정점 우려…기술주 급락이 암호화폐로 확산
이번 하락은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전이된 결과로 해석된다.
아시아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우려, 높아진 밸류에이션, 실적 모멘텀 둔화가 겹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MSCI 아시아 기술주 지수는 6거래일 중 5번째 하락했고, 코스피 지수는 약 4% 급락하며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시장에서도 알파벳·퀄컴·암(ARM)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나스닥 지수 하락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최근 주식시장 주도의 하락 국면에서 고베타 위험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하락은 비트코인이 주 초 7만3000달러 부근까지 급락했다가 7만6000달러 위로 반등하는 급변동을 보인 뒤 재차 나타났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당시 반등을 명확한 추세 전환이 아닌, 신념이 약한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했다.
◆ 귀금속 붕괴…토큰화 시장서 강제 청산 확산
압박은 원자재 시장의 급격한 붕괴로 더욱 커졌다. 은 가격은 지난 24시간 동안 최대 17% 폭락하며 최근의 반등을 모두 반납했고, 금과 구리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토큰화된 은 시장에서는 대규모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되는 XYZ 은 상품에서 약 1775만 달러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약 1682만 달러는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XYZ 은 상품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은 가격에 레버리지 베팅하는 토큰화 파생상품으로, 이번 은 급락 과정에서 담보 가치 하락이 겹치며 롱 포지션 중심의 대규모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레버리지가 매도세를 증폭시키는 전형적인 국면이라는 평가다.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최근 '담보 데스 스파이럴'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암호화폐 담보 가치 하락이 토큰화된 금속 매도를 촉발하고, 이 과정에서 포지셔닝과 강제 청산이 거시 변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부탄 정부 연계 지갑도 이동…대형 보유자 움직임 주목
이런 가운데 국가 단위 비트코인 보유자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부탄 정부와 연계된 비트코인 지갑들이 약 3개월간의 비활동 이후, 184비트코인(약 1400만 달러 상당)을 이동시킨 것이다.
아캄의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자금은 새 지갑 주소와 함께 큐시피 캐피털, 바이낸스의 즉시 사용 지갑 등으로 분산 전송됐다. 이는 단순 보관보다는 거래·유동성 관리 또는 잠재적 매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이동이 즉각적인 매도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급락 국면에서 거래소와 트레이딩 업체로 비트코인을 보냈다는 점은, 그동안 장기간 침묵을 지켜온 부탄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 "비트코인, 준비자산 아닌 대차대조표 도구로 인식 변화"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규모 보유자들이 비트코인을 고정된 준비자산이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활용하는 대차대조표 관리 수단으로 취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 재무부서와 채굴업체, 그리고 국가와 연계된 주체들까지, 유동성이 조여들고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 포지션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기대와 정책 변수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포지셔닝과 강제 청산이라는 미시적 압력이다. 이는 지난달 위험자산 급등을 이끌었던 거시적 낙관론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