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도쿄 일극 집중' 현상이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인구와 자원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이 3일 발표한 2025년 인구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도의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순유입 인구는 6만521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만4000명 이상 줄어들며 4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인구 유입의 핵심이던 도쿄 23구의 순유입 감소 폭이 도 전체보다 더 컸다.
도쿄로 향하던 인구 이동의 '속도 조절'은 수도권 전체에서도 확인된다. 도쿄도·가나가와현·사이타마현·지바현을 포함한 도쿄권 전체 순유입 역시 전년 대비 1만2000명가량 줄어들며 4년 만에 축소됐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도쿄를 제외한 주변 3개 현에서는 오히려 인구 유입이 늘었다는 점이다. 도쿄 진입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인접 지역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 집값·월세 급등...도쿄 '진입 장벽' 높아져
전문가들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은 주거비 급등이다. 도쿄 23구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소형 임대주택의 평균 월세는 1년 새 1만엔 이상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억엔을 훌쩍 넘겼다. 상승률 역시 도쿄 외 지역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과거 도쿄로 몰려들던 '중간 소득층 청년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대학이 집중된 수도권 구조상 20대 초반 인구 유입은 여전히 많지만, 대학 입학·취업 시즌을 제외한 시기에는 도쿄 순유입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반면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등에서는 인구 유입이 크게 줄지 않았다. 도쿄 중심부의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통근이 가능한 수도권 외곽 도시로 이동하면서, 도쿄 일극 집중이 '도쿄권 분산'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도시·주택 정책 전문가들은 이를 "도쿄가 더 이상 모든 세대를 흡수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본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생활비가 비싼 도쿄에 머물 이유가 줄어들면서 향후 전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 여전히 도쿄로 향하는 청년...지방의 구조적 한계
그럼에도 도쿄의 매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지난해 도쿄로 순유입된 인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20~24세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20대 후반과 10대 후반이 이었다. 대학과 일자리가 집중된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일본 지방 사회에 남아 있는 성 역할 고정관념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도 청년, 특히 여성 인구를 도쿄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총무상은 "도쿄 전입 초과의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지방 창생 정책이 일부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도쿄 집중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도쿄 일극 집중 완화가 구조적 전환의 시작인지, 아니면 집값 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