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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를 훼손하니 마침내 이런 기획전이 등장", MMCA '소멸의 시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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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에서 '삭는 미술'로 공생모색하는 국제기획전
인간이 물러선 자리, 흙·풀·바람·곰팡이와 순환하는 작품
불멸의 수장고 이후의 미술관을 상상하는 담론 개진
고사리, 아사드 라자 등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50여점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경구는 오랫동안 금과옥조였다. 하지만 지구의 미래가 더이상 영원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며 '불후의 명작'이라는 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불후의 명작'에서 '불후'(不朽)는 '썩지 아니함'을 뜻한다. 미술관이라면 소장한 작품이나 전시 중인 작품을 어떻게든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게 큰 책무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에 '썩고 사라지는 작품'을 한데 모아 소멸을 생각해보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1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이 지구위기의 시대에 '마침내 이런 기획전이 등장했구나'라고 성찰케 하는 시의적절한 전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그린레시피랩, 'RE_ Materials', 2024) 전시전경. 그린레시피랩 제공. 사진= 지희경 2026.01.29 art29@newspim.com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자신의 분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작품을 이름하여 '삭는 미술'이라는 타이틀로 묶어 한데 모은 기획전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점만 믿고 지구환경에 엄청난 위해를 가한 결과 곧 '인류세'가 야기한 총체적 위기 앞에 미술작품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피고, 그 역사적·미학적·사회적 의미를 짚어본다.

이번 전시는 훌륭한 작품이란 곧 변하지 않을, 혹은 영원히 변해서는 안 될 작품이라는 통념이 과연 동시대에도 유효한가를 묻는다. 그리고 인간을 넘어 다양한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삭히기로 마음먹은 '역설적 작품들'을 보여준다.

'삭다'라는 우리말은 '썩은 것처럼 되다'와 '발효되어 맛이 들다'라는 양가적 의미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삭는 미술' 또한 스스로 분해됨으로써 비인간 존재와 공존하고, 자연의 순환에 참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전시는 만일 이러한 작품의 변화를 미술관이 수용한다면, 그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와 같은 엉뚱한 질문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전시는 '서막'과 1막 '되어가는 시간', '막간', 그리고 2막 '함께 만드는 풍경' 등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돼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50여 점 작품을 공개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아사드 라자 '흡수', 2019~2020, 네오소일, 가변크기. 작가 및 그로피우스 바우 제공. 사진= 레이 스토나다 2026.01.29 art29@newspim.com

▲서막='삭는 미술'의 핵심 메시지는? 

'서막'에서는 삭는 미술의 두 가지 핵심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갈라지고 바래 가는 이은재의 회화 '이제 근대 모서리를 닦아라-서문'(2023)은 그림이라는 매체가 필연적으로 가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붓질을 이어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계의 인정, 그럼에도 지속하는 태도, 그 사이에서 명멸하는 미적 경험의 가능성이라는 삭는 미술의 핵심적 태도가 응축돼 있다.

아사드 라자(Asad Raza)의 '흡수'(2026)는 서울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을 뒤섞어 작가가 서울대학교 토양생지화학연구실의 자문을 받아 시민경작자들과 함께 정성껏 만든 '네오소일'(Neosoil)이란 비옥한 흙(토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프로젝트성 작품이다. 공동체의 경험이 새겨진 아카이브이자 토대인 흙을 재생시켜 나눔으로써 '삭는 미술'에 내재된 공동성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여다함 '향연', 2025, 마 실, 황동선, 모래, 향, 조명기구, 34.5 × 24.5 × 22 cm. 2026.01.29 art29@newspim.com

▲1막=여러 방식으로 삭아가는 작품을 모은 '되어가는 시간' 

1막 '되어가는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삭아가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 작품들은 하나의 물질적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시간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변화를 '쇠락'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독해하기를 제안한다.

이은경의 침식하는 그림은 회화가 지질학적 시간 속에 끊임없이 변성하는 안료가 잠시 머무르는 장소일 뿐임을 상기시킨다.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가 해변의 잔해로 만든 덧없는 조각 '프레카리오스'(1966~)는 취약함을 허망함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챕터에서는 또 '피어오르는 연기의 춤을 감상하자'고 제안하는 여다함 작가의 '향연'(2025)과 썩어가는 과일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빛을 밝히고 연주를 이어가는 유코 모리(Yuko Mohri)의 '분해'(2026)가 나왔다. 이 작품들은 모두 끊임없이 변함으로써 나타난다는 점에서 수행적인 특징을 갖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델시 모렐로스 '엘 오스쿠로 데 아바호', 2023. 마리안 굿맨 갤러리, 파리, 2023. 전시 전경. 작가 및 프로젝트 풀필 아트 스페이스 제공. 사진= 레베카 파뉘엘. 2026.01.29 art29@newspim.com

1막의 양 끝에 자리하는 델시 모렐로스(Delcy Morelos)의 '엘 오스쿠로 데 아바호'(2023)와 김방주의 '벌목과 불'(2026)은 마치 '죽음'을 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죽음만큼이나 삶과 연결된 두 작품의 메시지는 관객이 그 끝을 새롭게 돌아보게 만든다. 

'막간'에서는 전환을 준비한다. 서울관 건물 중정(中庭)인 전시마당에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당'이라는 장소에 호응하는 두 작품, 풀을 뭉쳐 만든 고사리의 '초사람'(2021,2026년 재제작)과 흙을 다져 만든 김주리의 '물 산'(2025, 2026년 재제작)이 자리잡았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을 나며 작품은 서서히 형태를 잃어갈 것이다. 그리곤 작품이 허물어진 자리에 파릇파릇 새싹이 움트며 작품은 소멸에서 생성으로 변주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댄 리 '목격자', 2025. '이야기를 담은 풍경'(무세우 아비타트, 바르셀로나,2025) 전시전경. 작가 및 무세우 아비타트 제공. 사진= 킴 로세르. 2026.01.29 art29@newspim.com

▲2막=인간이 아닌 비인간이 주인공이 된 '함께 만드는 풍경'

2막 '함께 만드는 풍경'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양한 존재들이 주인공이 돼 만든 풍경이 펼쳐진다. 천, 항아리, 마른 꽃, 발효액, 곤충과 곰팡이가 함께 만드는 댄 리(Dan Lie)의 작품은 미술관을 살아있는 생태계로 천천히 바꿔놓는다. 작품은 인간이 창조성을 지닌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통념을 깨고 비인간 공동체를 창작의 주체로 내세운다.

에드가 칼렐(Edgar Calel)의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2021, 2026년 재제작)는 자연과 공존해온 고대 마야인들의 지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는 작품이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채널링 하우스'(2026)는 유기물·무기물 재료, 순환,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으로 그동안의 작업을 망라해 작품의 생산, 그리고 분해를 넘어선 순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에드가 칼렐,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 2021. 리버풀 비엔날레 2023 (테이트 리버풀,2023) 전시전경. 작가 및 리버풀 비엔날레 제공. 사진=스튜어트 휘프스. 2026.01.29 art29@newspim.com

네덜란드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산하연구소로, 대안적인 재료를 탐구해온 '미래 재료'(Future Materials)와 한국의 아티스트 콜렉티브인 그린레시피랩은 그간의 협력의 결과로 분해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16개의 재료를 미술관에 풀어놓았다. 전시개막 후 그린레시피랩의 워크숍이 이어지며,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나눌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전시 개막 직후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4월에는 가족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초사람 만들기' 워크숍이 열린다. '자연사와 현대미술 겹쳐보기'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은 동시대 미술을 매개로 인간 문명과 지구환경을 함께 사유하는 계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포용적 미술관을 향한 실천도 전개된다. 미술관측은 촉지도를 제작해 참여작가들이 사용하는 대안적인 재료를 시각 뿐 아닌 촉각으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동선 설계에도 이동약자의 관람경험을 고려해 접근성을 높였다. 한편 미술에 대해 깊은 애정을 피력해온 배우 봉태규는 이번 전시의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봉태규의 친근한 해설은 전시안내 앱을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시대 환경 인식을 반영한 미술작품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급진적인 미술관의 모델을 상상하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탐색하는 공적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5월 3일까지.

art29@newspim.com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포스터 [이미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불후의 명작'에서 '삭는 미술'로, 공생을 위한 전환을 모색하는 국제 기획전

유일무이한 창작의 주체로서 인간이 물러선 자리, 흙·풀·바람·곰팡이 등 비인간 존재와 더불어 순환하는 작품 이야기 

불멸의 수장고 이후의 미술관을 상상하기 위한 담론의 초석 마련

고사리,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아사드 라자, 유코 모리 등 국내외 작가 15인(팀) 작품 50여 점

그린레시피랩, 《RE_ Materials》(아트 포 랩, 2024) 전시 전경. 그린레시피랩 제공. 사진=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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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테이지' 공모 시작 [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봄꽃이 피어오르는 3월, 올해 4회째를 맞은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 '히든스테이지'가 총상금 1200만원을 내걸고 16일부터 4월 24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는다. [자료= 히든스테이지 사무국]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하는 이 대회는 대상 500만원,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최우수) 300만원, 우수상·루키상 각 200만원으로 상금을 구성했다. 특히 이 무대는 청년 음악인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기회다. 나이·성별·국적 제한 없이 국내에서 음악 활동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라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인디씬을 떠돌며 자신만의 음악을 다듬어온 청년 뮤지션들의 첫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상금에 그치지 않고 본선 진출자 전원에게 라이브클립 제작 기회를, 대상 수상자에게는 음원 발매 기회까지 제공해 실질적인 커리어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씨앗이 싹을 틔우는 봄처럼, 히든스테이지는 무명의 청년 뮤지션들이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음악인의 등용문이 돼온 이 무대는 장르·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음악'으로 승부하는 싱어송라이터를 찾는다. 미발표 창작곡 음원(MP3)과 실연 영상, 가사지, 프로필 사진을 사무국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1차 온라인 심사를 통해 5월 중순 20~30팀의 본선 진출자를 선발하며, 6~8월 서울 여의도 뉴스핌 스튜디오에서 매주 유튜브로 경연 영상을 공개한다. 최종 결선은 9월 공개 무대에서 펼쳐진다. 자세한 참가 방법은 히든스테이지 공식 홈페이지(https://hiddenstag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fineview@newspim.com 2026-03-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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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수송기로 한국인 204명 귀국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중동 지역에서 귀국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던 한국인 204명과 외국 국적 가족 5명, 일본인 2명 등 총 211명이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를 타고 귀국했다. 외교부는 이들을 태운 공군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14일 저녁 (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출발해 15일 오후 5시 59분 성남 서울 공항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성남=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중동 전쟁 확대로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04명과 외국 국적 가족 5명 및 우방국(일본) 국민 2명 등 총 211명이 대한민국 군 수송기(KC-330)를 타고 15일 오후 성남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6.03.15 photo@newspim.coms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한국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군 수송기가 이용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전세기와 민항기 특별편을 편성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을 귀국시킨 바 있다. 그러나 공항이 폐쇄되거나 항공기 운항이 어려운 다른 중동 지역에 체류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은데다 이들이 UAE나 카타르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집결하기 쉬운 리야드에 군 수송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사막의 빛'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을 위해 수송 경로상의 10여개 국가에 영공 통과 협조를 구하고, 이재웅 전 외교부 대변인을 단장으로 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수송기에 탑승한 한국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쿠웨이트, 바레인, 레바논에 체류 중이었다. 이들은 현지 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육로 또는 항공편을 이용해 리야드에 집결했다. 정부는 관련 규정과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성인 기준 88만원 내외의 비용을 군 수송기 탑승객에게 청구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안전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opento@newspim.com 2026-03-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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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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