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DIP 대출 부정적...산은 "명분 부족" 정책금융 참여 난색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자금난에 허덕이는 홈플러스가 생존 갈림길에 섰다.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ebtor-in-Possession, 이하 DIP) 대출이 실현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주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DIP 대출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도 지원 명분이 없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홈플러스, 유동성 악화…MBK, 메리츠·산은에 SOS
2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의 핵심 축은 DIP 3000억원 조달이다.
DIP 대출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각각 1000억원,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1000억원을 분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대출 실행 요건이 만만치 않다. DIP는 회생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이 아니라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의 생존 자금이다. 담보·우선변제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최대 채권자 동의'가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거론되는데, 메리츠가 참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 자체가 멈춰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유동성 악화로 시름하고 있다. 이달 직원 급여가 미지급됐고, 거래처 납품률이 전년 대비 45%까지 떨어지며 점포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포 구조조정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점을 공식화한 점포는 19개로 늘어났다. 홈플러스는 향후 6년 간 41개 부실점포를 정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통업 특성상 매장 운영이 흔들리면 매출이 즉시 꺾이고, 이는 다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DIP 지연이 길어질수록 회생계획안의 '실행 가능성'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리츠·산업은행 모두 난색...노조 갈등도 부담 요인
메리츠와 산업은행은 DIP 대출 참여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법무법인 율촌이 홈플러스에 전달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1조원 이상의 채권을 보유한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해상보험·메리츠캐피탈)은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에 대해 '기타' 의견을 제출하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 측은 기타 의견 제출 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클 경우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파산으로 이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회생을 유지한 채 청산형 계획을 허용할 경우 오히려 채권자 분배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금 회수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메리츠 측은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도 불참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음에도 메리츠 측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DIP 대출 제안에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메리츠가 말하기를 (홈플러스의) 한 달 고정비가 1000억원이고 매달 500억원씩 적자인데, 1000억원은 한강에 돌 던지는 수준이라고 하더라"며 "잘못되면 채권단과 이해관계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 역시 뚜렷한 정책적 명분 없이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라면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규정상 DIP 대출의 명분이 약하다"고 했다.
DIP 대출이 불발될 경우 홈플러스는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지난해 6월 기준 약 2조5000억원인 반면,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노조와의 갈등도 채권단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위원장은 "MBK가 오로지 청산만을 염두에 두고 홈플러스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원 급여 미지급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26일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고소했다. 노조는 회사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전직원의 이달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미뤘다며, 김 대표를 임금체불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