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 개선·테일러 공장으로 반격 준비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TSMC의 2나노 공정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글로벌 팹리스들 사이에서 생산 전략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첨단 공정에서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졌던 TSMC의 가격·일정 부담이 커지자, 아직 본격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초기 양산 검증에 들어선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 TSMC 2나노, 가격·물량 부담 동시 확대
1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올해 2나노 공정 웨이퍼 가격을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큰 폭으로 인상한 조건을 제시하고 고객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부 고객사에 통보된 가격은 3나노 대비 30~50%가량 오른 수준으로 전해진다. 첨단 공정 전환에 따른 비용 상승과 더불어, 초기 양산 물량이 애플과 엔비디아 등 초대형 고객사에 우선 배정되는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TSMC가 미국 애리조나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장 증설을 병행하고 있는 점도 단기적인 공급 여유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능력 확대 효과가 기대되지만, 당장 고객사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과 일정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TSMC의 기술적 우위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비용과 일정 부담이 커지면서 고객사들의 내부 검토 기준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단일 의존' 재검토…팹리스 전략 변화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팹리스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은 출시 시점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특정 파운드리에만 의존할 경우 일정 지연 자체가 사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글로벌 팹리스들은 차세대 제품을 앞두고 생산처를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테슬라와 퀄컴에 이어 AMD 등 주요 고객사들까지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단기간에 생산처를 전면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일정 물량을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 삼성 2나노, 초기 양산 검증 단계 진입
삼성전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과 일정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2나노 공정 수율이 50~60% 수준까지 근접하며, 초기 양산을 전제로 한 고객 검토가 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공정을 통해 축적한 공정 경험이 2나노 안정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내부 제품을 통해 공정 신뢰도를 검증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될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을 2나노 공정으로 양산하며, 외부 고객사에 앞서 실제 제품 기준의 공정 안정성을 점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생산 거점도 삼성의 전략적 카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재는 장비 반입과 라인 셋업 단계에 있다. 테일러 공장은 올해 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고객사를 겨냥한 선단 공정 생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 관건은 '검토'에서 '발주'로의 전환
다만 이번 흐름이 곧바로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TSMC는 여전히 첨단 공정에서 가장 많은 양산 경험과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객사 설계 최적화 역시 TSMC 공정에 맞춰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고객사들의 시선이 과거와 달라진 점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가격과 공급 여건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차선책'으로서의 선택지가 실제 발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재편의 초입 단계"라며 "삼성이 향후 1~2년 내에 의미 있는 대형 수주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파운드리 경쟁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