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추가 수주 기반 마련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테슬라·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회동하며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강화에 직접 나섰다. 연말 마지막 해외 일정으로 미국을 택한 이 회장은 주요 고객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반도체 사업 전반을 점검하며 내년도 경영 전략의 윤곽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밤 9시 40분쯤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이번 출장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열심히 일하고 왔다"고 짧게 답했다.

이번 출장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 미국행으로, 미국 현지 반도체 사업 점검과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연쇄 회동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테슬라와 AMD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과 직접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텍사스주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회동하며 반도체 생산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차세대 AI 칩 협력과 공급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 지역에는 테슬라 본사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과 신규 가동을 앞둔 테일러 파운드리 팹이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계약은 파운드리 단일 계약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슬라의 AI4 칩을 생산 중이며, 대만 TSMC가 맡기로 했던 AI5 일부 물량도 확보한 상태다. AI5와 AI6는 모두 미국 내 삼성전자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제조될 것으로 추정된다.
머스크 CEO는 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생산 효율성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직접 생산 라인을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계약 성사 과정에서 이 회장이 직접 신뢰를 구축한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 회장과 머스크 CEO는 2023년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처음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이후 접점을 넓혀왔다.
AMD와의 협력도 이번 출장의 주요 일정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장은 리사 수 AMD CEO와 만나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AMD에 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사 2나노 2세대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공급을 넘어 최선단 파운드리 수주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약 일주일간 미국 동부와 중부, 서부를 잇따라 오가며 주요 사업 거점을 점검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미주총괄 조직이 위치한 현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파운드리 부문 고위 임원들도 동행해 고객사와의 협업 논의에 함께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말을 앞두고 미국 주요 고객사들과의 접촉을 집중적으로 늘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테슬라 AI6 수주와 AI5 추가 확보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진 만큼 이번 출장 결과가 내년도 추가 공급 계약과 중장기 반도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