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효율 1위, 세트당 디그 4위, 수비 종합지표 2위로 맹활약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아포짓 스파이커로 커리어 대부분을 보낸 선수가 단 한 시즌 만에 리베로로 변신해 리그 최상위권 활약을 펼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의 문정원은 그 모든 의문과 우려를 성적으로 증명, V리그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여자부 판도를 좌우하는 중심 팀으로 평가받는다. 외국인 공격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쏫(등록명 타나차), 그리고 국가대표급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가 이끄는 삼각편대는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신인 미들블로커 이지윤과 김세빈의 높이까지 더해지며 전력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화려한 공격진 뒤에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으면서도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숨은 핵심 자원이 있다. 바로 '신입 리베로' 문정원이다.
문정원은 2011-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이후 어느덧 데뷔 15년 차를 맞은 베테랑이다. 원래 포지션은 아포짓 스파이커였다. 아포짓은 일반적으로 후위 수비 부담이 적고 공격 비중이 큰 자리로 득점에 집중하는 편이다.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맡는다.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작은 신장을 지닌 문정원(174cm)은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했고, 이를 장점으로 바꾸는 선택을 했다. 공격보다는 리시브와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점차 '리베로급 수비력'과 날카로운 서브를 동시에 갖춘, 리그에서 보기 드문 '수비형 아포짓'으로 자리 잡았다. 이 독특한 역할 속에서 문정원은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로 팀에 기여했고, 도로공사는 2017-2018시즌과 2022-2023시즌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문정원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지난 4월, 도로공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무려 10년 가까이 풀타임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핵심 자원의 이탈은 도로공사로서도 큰 부담이었다. 외부 영입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김종민 감독은 고심 끝에 내부 자원인 문정원의 리베로 전향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베로라는 포지션의 특성을 짚을 필요가 있다. 리베로는 후위에서 수비를 전담하는 전문 포지션이다. 배구에서 유일하게 주심의 교체 허락 없이 자유롭게 코트를 드나들 수 있다.
대체로 신장은 크지 않지만 뛰어난 순발력과 넓은 수비 범위, 안정적인 리시브 능력이 필수 조건이다. 팀 사정에 따라 공격수가 뒤늦게 리베로로 전향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문정원이 바로 그런 사례다. 공격수임에도 이미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과 리시브 효율을 보여줬던 만큼 김종민 감독의 선택은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문정원은 그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이번 시즌 문정원은 리시브 효율 49.74%를 기록하며 리그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한때 같은 팀에서 활약했던 리그 2위 임명옥(44.27%)과도 5%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여기에 세트당 평균 4.63개의 디그로 이 부문 4위,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종합 지표에서는 세트당 6.99개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이번 시즌 처음 리베로로 전향한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문정원이 리베로로 자리를 옮기며, 한때 경기 흐름을 단번에 뒤집던 강력한 서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왼쪽 광고판 코너에서 부채꼴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그의 서브는 상대에게 큰 부담이었고, 2014-2015시즌에는 무려 27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리그 최고 수준의 리시브와 안정적인 수비로 충분히 상쇄되고 있다.
베테랑의 경험과 신입 리베로의 신선함이 공존하는 문정원의 변신은 도로공사의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신입 리베로' 문정원을 앞세운 도로공사는 이제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