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저점론에 일본 금리 인상 기대 확산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국내 은행권의 엔화예금이 조용히 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 기대가 맞물린 영향이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수요가 겹치며 중장기 보유 관점의 자금이 엔화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1조1119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말(1조88억엔) 대비 10.2% 증가한 수치다.
4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8870억엔에서 6월 말 9218억엔으로 상반기 중 소폭 오르는 흐름을 보이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엔화예금 잔액 증가는 최근 엔화/원 환율이 저점에 근접했다는 인식과 함께, 엔화 가치 반등에 대한 기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관련해 엔화/원 환율은 지난해 4월 1016.00원까지 상승한 뒤 하락세로 전환해 11월 926.17원, 12월 941.46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920원대에서 횡보하며 저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장기간 이어온 초저금리 기조를 탈피하려는 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하면서 엔화 가치 반등 기대를 키웠다. 실제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올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임금과 물가가 함께 완만히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유지된다면 이에 맞춰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일본이 장기간 유지해 온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분명해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해당 통화의 가치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금리 인상으로 통화를 보유했을 때의 이자 수익이 늘어나면서 투자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엔화 약세의 원인이었던 미·일 금리 차가 축소되며 엔화 가치가 반등하고, 이에 따라 엔/원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외환시장 환경도 엔화 수요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말 달러/원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 대비 저점 인식이 형성된 엔화가 대안적 통화로 부각됐고, 향후 엔화 가치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한 대기 수요가 엔화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이들 은행권에서 엔화예금은 기업과 개인 투자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 수입 결제나 일본 현지 거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실수요 뿐 아니라 개인 고객들 사이에서도 투자 목적의 예치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말쯤 엔화 환율이 낮게 형성된데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렴한 시기에 엔화를 확보하고자 하는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엔화예금을 찾는 고객들은 단기 환차익을 노린 환테크보다는 중장기 보유 목적이 많은 편"이라며 "포트폴리오 분산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