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센터를 넘어 'AI 공장'으로…전력·냉각·보안 인프라 전면 증설
수조원대 투자전쟁 개막, 가동 목표는 2028~2030년에 집중 가동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KB·신한·우리·하나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이 'AI(인공지능) 초격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AI데이터센터 설립에 속도 낸다. 단순 전산 백업을 위한 재해복구센터(DR센터)가 아닌 대규모 AI 연산을 처리하는 'AI 기반 데이터센터'로 구축한다. 금융서비스의 성패가 AI역량에 달려있다고 판단, 미래 경쟁력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KB금융의 제2데이터센터(재해복구센터·DR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최근 부지 검토와 컨설팅에 착수했으며 내년 1분기 설계·운영전략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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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사진=뉴스핌DB] |
새 센터는 AI 연산용 전력을 기존 대비 2배 수준으로 확충, 메인데이터센터인 김포센터와 실시간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운영체계를 갖춰 장애 발생 시 즉시 운영을 이어가는 안전성을 강화해 구축할 계획이다. 후보지는 화성·시흥·광명·용인·판교 등 김포 반경 40~100km권이 거론된다. 기존 여의도에 위치한 여의도백업센터를 대체하면서 KB금융의 'AI 공장' 역할을 할 전진 기지가 되는 셈이다.
신한은행도 AI시대 대비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돌입했다. 이달 남양주시와 8500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 협약을 체결,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1999년 설립돼 노후화된 기존 백업센터인 일산센터를 대체하면서 향후 확장될 AI인프라를 고려해 기존 메인센터 수준의 이른바 'AI데이터센터'로 확장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신한 AI센터는 운영동·센터동 A·B 등 이원화, 모듈러 구조 설계, AI 연산 최적화 인프라를 계획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듀얼센터로 운영해 해킹 등에 대비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점도 주목된다. 또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등 재난 상황 대처를 위해 설비 분산 배치, 물분무 소화시스템, 원격제어장치 등 안전성을 강화한다. 2027년 착공에 돌입,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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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서울시 중구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남양주시 AI 데이터센터 건립 업무협약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과 주광덕 남양주시장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빠른 지난해 말 AI·블록체인·클라우드·빅데이터 등 디지털 핵심 기능을 집약한 제2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확정했다. 내부 금융 R&D·교육시설·IT개발 조직까지 한 곳으로 모아 그룹 디지털 허브 역할의 전략 거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진 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착공,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제2데이터센터 구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백업 거점인 분당 센터가 구축 후 20년 이상 경과해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앞서 2017년 메인센터인 청라센터를 설립, 현재 시점에서 가장 최신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에서는 한발 뒤쳐진 셈이다. 현재 후보지 검토 단계이며, 내년 상반기 본사의 청라 이전 후 사업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AI데이터센터는 단순 서버 저장소가 아닌 AI 연산·초고속 네트워크·전력·냉각·보안 등 고비용의 복합 인프라를 지향한다. 과거 제2데이터센터가 '재해복구센터'로 데이터를 백업하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새로 구축하는 센터는 재해복구기능을 서브로 두는 사실상 'AI 공장'이 되는 셈이다.
챗봇·상담·대출심사·사기탐지 모델 등 AI서비스 경쟁이 곧 금융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AI 거점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 연산을 고려한 고사양 센터는 전력·냉각·보안 등 전용 설비로 인해 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4대 은행의 재해복구센터 구축비용이 수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센터가 단순 정보 저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금융 플랫폼·AI 서비스 확대로 역할과 기능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며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데 1조원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4대 은행의 전체 투자 규모는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