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중 소속팀 복귀한 오바메양 대표팀에서 제외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가봉 정부가 스포츠에 대한 간섭의 금도를 넘었다. 전패 탈락을 이유로 축구대표팀을 해체했다. 손흥민과 '흥부 듀오'로 환상 호흡을 자랑하는 가봉 축구대표팀의 드니 부앙가에겐 날벼락같은 소식이다.

가봉은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카메룬에 0-1, 모잠비크에 2-3으로 패하며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1일 F조 최종전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전반 2-0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2-3으로 무너졌다.
2일(한국시간) A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가봉의 전패 탈락 확정되자 심플리스데지레 맘불라 가봉 체육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표팀 해체와 세계적 공격수 피에르에므리크 오바메양(마르세유) 출전 금지 징계 등 조처를 발표했다.

체육부 장관은 "부끄러운 경기력을 보인 축구 대표팀 활동을 무기한 중단한다"며 "코치진 해산과 함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브루노 만가를 대표팀에서 제외한다"고 사실상 대표팀 해체를 선언했다.
영국 언론은 즉각 반응했다. TNT 스포츠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탈락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의 폭발"로 진단했다. 선수 관리, 전술 방향성, 대표팀 운영 전반의 실패가 한 대회에서 드러났다는 분석이었다.
특히 오바메양을 향한 조치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졌다. TNT 스포츠는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결정은 내부 균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메양은 가봉 A매치 최다 득점자이자, 아스널과 바르셀로나를 거친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이번 대회 부진과 별개로 대표팀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오바메양은 1, 2차전 패배 이후 3차전 출전을 거부하고 소속팀 마르세유로 복귀했다. 가봉 정부는 이를 책임 회피로 규정했고 대표팀 영구 정지라는 중징계로 대응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부상 관리와 내부 소통 실패라는 맥락을 빼놓지 않았다. 베테랑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직접 개입이다. FIFA는 축구 행정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엄격히 금지한다. 대표팀 해체 선언은 국제대회 출전 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AP 통신은 장관의 발표 영상이 가봉 국영 채널과 정부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고 전했다. FIFA 제재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정치적 맥락도 깔려 있다. 가봉은 2023년 군사 쿠데타로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대통령이 집권한 나라다. 영국 언론 일부는 성적 부진에 빠진 대표팀을 희생양 삼아 국민 정서를 달래려는 선택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응게마 가봉 대통령은 가봉 대표팀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에서의 애국심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봉은 아프리카 축구 강국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없는 나라도 아니다. 월드컵 본선 경험은 없지만 2026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12 런던 올림픽 본선 무대도 밟았다.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하나다. 이번 조치가 재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표팀 해체와 베테랑 배제는 감정적 대응일 수 있다. 시스템 개혁 없이 책임자만 바꾸는 방식이라면 전패의 기억은 다른 대회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가봉 축구는 지금 성적보다 더 큰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