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DDR5 중심 공급 제약에 가격 상승 지속
신규 공장 가동에도 단기 공급 증가는 제한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200조원 시대 가시권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2026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특정 제품군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반면 신규 공장 가동에도 불구하고 공급 확대는 제한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I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제자리'
1일 반도체업계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 계획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뿐 아니라 이와 직접 연동되는 HBM, 고용량 D램 모듈, 기업용 SSD(eSSD)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AI 서버를 지원하는 일반 서버 역시 워크로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해졌고, 이 과정에서 범용 D램과 낸드 채용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다. 메모리 수요가 특정 제품군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면 공급은 쉽게 늘지 않는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과거 공격적 증설의 후유증을 학습하며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에도 D램과 낸드의 웨이퍼 산출량은 과거 호황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기가비트 기준 수요 대비 공급 비율도 100%를 소폭 밑돌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러한 공급 제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청주 M15X 공장과 삼성전자의 평택 P4 공장은 가동 이후에도 생산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해, 2026년까지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론의 미국 아이다호 신규 D램 라인 역시 본격 가동 시점이 2027년 이후로 예상되면서, 단기간 내 수급 완화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메모리 값 올라 이익 구조도 개선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가격으로 직결되고 있다. DDR5 현물 가격은 고점을 경신하고 있으며, 생산 비중이 줄어든 DDR4와 LPDDR4 같은 구형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 역시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소비자용 낸드는 고부가 제품 위주의 생산 전환으로 자연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계약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단기 시황이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리스크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메모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영향으로 재고 부담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고, 데이터센터에 전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거나, 투자 일정 조정이 겹칠 경우 재고 조정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AI 서버 투자와 노후 서버 교체 수요, 신규 데이터센터 가동이 병행되면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익 구조는 한층 탄탄해지고 있다. HBM 시장에서는 초과 수요를 바탕으로 한 가격 프리미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범용 D램 역시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이 맞물리며 추가적인 가격 상승 여지가 크다. 낸드 시장도 서버 비중 확대와 생산 조절이 이어지면서 평균 판매 가격이 회복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26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익 200조 시대 열리나
시장에서는 메모리 시황 개선을 반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크게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증권사 전망을 보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약 107조6120억 원으로 제시했으며, iM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93조8430억 원까지 예상했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을 133조4000억 원까지 제시하며 메모리 가격 강세와 AI 수요의 구조적 확산을 반영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여러 증권사에서 90조 원대 후반에서 100조 원대 근접 전망이 나오면서,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재무 체력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됐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매출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50% 안팎까지 확대됐다. HBM과 D램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잉여현금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업황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자체 현금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변동성 산업으로 회귀하기보다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서 현금 창출 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2026년까지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고객사와 2026년 공급 물량 협의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마무리했고, 차기 제품에서도 기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엔비디아 가속기에 대한 높은 사전 예약률과 청주 M15X 공장 가동 시점 단축 계획을 고려하면, 기존 계약 물량을 넘어선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낸드 부문에서도 서버용 고부가 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되며, 전사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