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남정훈 기자 = 갑작스러운 변수 속에서 코트를 밟은 한국전력의 '고졸 2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 윤하준(19)은 값진 승리에도 자신의 부족함과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27 25-19 23-25 25-15 19-17)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거둔 승리였지만, 경기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가장 아찔했던 장면은 1세트 중반이었다. 한국전력이 19-17로 앞선 상황에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김정호가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다. 김정호는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였고, 예기치 못한 공백이 발생했다. 권영민 감독은 급하게 박승수를 투입해 흐름을 이어가려 했고, 2세트부터는 윤하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윤하준은 코트 위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194cm의 신장을 앞세워 팀 내 최다인 3개의 블로킹을 기록했고, 공격에서도 2~4세트에 걸쳐 꾸준히 점수를 쌓았다. 쉐론 베논에반스(등록명 베논·35점), 신영석(12점)에 이어 9점을 올리며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그러나 아직 어린 선수답게 아쉬운 장면도 적지 않았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됐고, 긴장한 탓인지 범실도 나왔다. 특히 3세트에서는 삼성화재 외국인 공격수 미힐 아히의 연속 서브 상황에서 리시브가 흔들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윤하준의 리시브 효율은 13.79%에 머물렀다.
이러한 기복은 그의 이력만 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윤하준은 수성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10월 열린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국전력의 선택을 받았다. 데뷔 시즌이던 2024-2025시즌에는 30경기에 출전해 18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알짜로 활약했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윤하준은 승리 소감과 함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김)정호 형이 다쳐서 갑자기 들어갈 줄은 몰랐다"라며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 있게 하라고 계속 이야기해 주셨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윤하준의 플레이는 다소 신중해진 모습이다. 그는 이에 대해 "작년보다는 경기 상황을 읽는 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라면서도 "2년 차가 되다 보니 생각해야 할 게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이는 적극성과 침착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 이른바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과제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윤하준은 "전체적으로 다 보완해야겠지만, 코트에 들어갔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라며 "리시브와 서브도 더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범실이 나오면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위축되는 것 같다"라며 "이 부분을 꼭 고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정호의 부상 정도에 따라 윤하준은 당분간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정호 형의 부상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형들은 항상 '범실을 해도 괜찮으니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해주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빨리 보완해서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진짜 활력소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