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숙원사업 '한일해저터널' 연루 의심
경찰, 시효 앞두고 금품 제공 시점 특정할까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공소시효를 앞두고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적용 혐의에 따라 공소시효와 법정형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경찰의 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전 민주당 의원)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해 압수수색했다.

전 전 장관은 '2018년 무렵 현금 2000만원, 1000만원 상당의 시계 1점'을 받은 혐의, 김규환·임종성 두 전직 의원에 대해서는 2020년 4월 총선 무렵 각각 약 3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경 특검에서 "2018년~2019년 사이 전 전 장관에게 통일교 현안인 '한일해저터널' 사업 추진을 위해 현금 4000만원과 까르띠에·불가리 등 명품 시계 2점을 건넸다", "비슷한 시기 김 전 의원에게도 일본 내 통일교 교세 확장과 해저터널 건설 법안 추진에 도움을 받기 위해 현금 수천만원을 건넸다", "2018년~2020년 사이 임 전 의원에게 3000만~4000만원의 돈을 건넸다" 등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사건을 넘긴 특검이 혐의를 구분한 배경에는 금품 제공의 시점과 성격 차이가 작용한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대면 당시 '건넨 금품은 2020년 총선을 앞둔 선거 격려 차원이었다'고 설명하며, 전 전 장관에게 제공한 금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가 적용된 전 전 장관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면 법정형이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가중돼 공소시효는 10년이 된다. 나아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돼 공소시효가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는 7년으로 금품 제공 시점이 2018년으로 특정될 경우,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임 전 의원에게도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일교가 한일해저터널 등 숙원 사업 추진을 위해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장기간 접촉해 온 정황이 드러난 만큼, 금품이 단순 '선거 격려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안 협조를 전제로 한 대가성 뇌물일 수 있다는 의혹이다.

한일해저터널은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가 1980년대부터 추진해온 부산-일본 규슈 사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 사업으로,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여러 차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상 무산된 프로젝트다. 공사비만 최소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정부 승인과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 전 의원은 한일의원연맹(한일 국회의원 간 초당적 의원외교 단체) 소속으로 양국 간 사업 추진 분위기 조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임 전 의원은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으로 예산 심의와 관련 입법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에 통일교 측이 금품 등을 건넴으로써 두 의원이 해저터널 관련 법안이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통일교에 유리한 활동을 벌이도록 유도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김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증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뇌물죄는 '국회의원이었다', '돈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돈을 준 시점과 그 직후에 실제로 어떤 일을 해 줬는지를 구체적으로 대가관계로 맞춰야 한다"며 "이른바 '친분 쌓기' 성격의 자금 지원이 반복된 것이라면, 현재 알려진 정황만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을 넘어 특가법상 뇌물로까지 확장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으로부터 최근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은 2018~2020년 무렵 금품 제공 시점을 정확히 특정해 적용 가능한 혐의와 공소시효 판단을 위해 관련자들의 진술을 시급히 확보할 전망이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