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이통사 SKT도 2324만명 개인정보 유출
규제없는 성장이 정당하고 공정한 결과인지 짚어봐야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뜨겁다. 이름은 물론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내역까지, 일상과 생활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보 3370만건이 유출됐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2324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재발방지 대책까지 내놓았던 사건이 불과 몇개월 전에 벌어졌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줄지어 터지며 '개인 정보는 이미 공공재'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규제없는 성장이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공정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다. 혁신의 상징의 현주소는 기대만큼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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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김범주 차장 |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위 혁신기업의 상징이었다. 2021년 검색·메신저를 넘어 모빌리티·금융·쇼핑·배달·부동산까지 생활 전 영역에 파고들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혁신의 상징에서 '침탈의 아이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안' 논란도 있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개인정보 유출로 역대 최대 151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취약점을 파악한 해커가 참여자 정보를 빼내는 방식이었지만,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알고도 방치해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금 인공지능(AI)이라는 새 간판을 내걸고 '더 빠른 혁신'을 외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정부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법이나 시행령 등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익명·가명처리로는 AI 기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얼굴, 목소리 등을 정확히 반영한 원본 데이터를 직접 학습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 기업들의 요구다. 데이터학습이 AI의 핵심 요소인 만큼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오히려 국내 민간 기업들의 성공 동력이 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핀테크 산업이다.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카카오페이는 QR코드 결제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열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도 환경 규제의 산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21년 '그린뉴딜 정책'과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로드맵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신호를 보냈다.
AI가 생활 전반에 파고드는 '속도 빠른' 시대를 예고하고 있지만, 안전과 같은 '브레이크'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다.
브레이크가 검증되지 않은 자동차를 도로에 내보낼 수 없듯,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기업은 AI 데이터 사업 참여를 일부 제한하는 등 일종의 페널티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보다 신뢰에서 나온다. 그리고 신뢰의 첫 단추는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확신이 바탕이다. '규제를 풀어야 속도가 난다'는 착시에서 벗어나 '브레이크가 단단한 자동차만이 진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