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CEO 중 유일한 승진자...롯데마트 소방수 투입
글로벌 사업 확장·온라인·실적 개선 '트리플 과제' 맡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롯데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대폭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에 나선 가운데,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차 대표는 실적 부진에 빠진 마트·슈퍼 사업의 반등을 책임질 '구원투수'로 중책을 맡게 됐다.
차 대표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적자 구조에 빠진 롯데마트·슈퍼의 실적 턴어라운드(Turn around)와 함께, 영국 혁신 물류기업인 오카도(Ocado)와 손잡고 건립 중인 부산 자동화 물류센터의 시장 안착, 글로벌 사업 확장까지 동시에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 |
| 차우철 신임 롯데마트·슈퍼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사진=롯데지주 제공] |
◆실적 턴어라운드 구원투수 투입
8일 업계에 따르면 차 신임 대표가 이끌 롯데마트·슈퍼는 올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8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전년 대비 5.6% 감소한 3조8112억원에 그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슈퍼는 현재 롯데쇼핑 내에서 실적 기여도가 낮은 사업부로 평가받고 있다. 마트 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하지만 이익 기여도는 마이너스(-) 9%에 불과하다. 반면 백화점은 매출 비중이 22%에 그치지만 이익 기여도는 85%에 달한다. 롯데마트·슈퍼가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는 단순한 인적 교체가 아니라 실적 반등이라는 '턴어라운드 미션'이 분명히 부여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3월 롯데쇼핑 대표이자 사내이사로 복귀한 이후 8개월 만에 단행된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당시 롯데쇼핑 CEO들이 대부분 용퇴한 가운데, 차 대표만 성과를 기반으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점은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반등으로 삼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968년생인 차 대표는 1992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다. 롯데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을 거쳐 2021년 롯데GRS 대표를 맡았다. 롯데GRS 대표 재임 시절 그는 부진 사업이던 패밀리 레스토랑 TGIF 매각 등을 통해 수익성 저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그 결과, 롯데GRS는 차 대표 취임 2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한 500억원을 기록했고, 매출 1조원 재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 |
| 롯데쇼핑 오카도 부산CFC 조감도.[사진=롯데쇼핑] |
◆그로서리 경쟁력 회복...오카도로 배송 경쟁력도 'UP'
차 대표 앞에 놓인 또 다른 핵심 과제는 그로서리(Grocery, 식료품) 경쟁력 회복이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에 비해 신선식품 품질과 상품 수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본원적 경쟁력 약화는 객단가 하락과 방문 빈도 감소로 직결됐고, 전사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부산 기장군에 건립 중인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CFC)는 차 대표의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오카도 부산CFC는 고객 주문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처리하는 자동화 물류센터로, 신선식품 배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전진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CFC는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오카도 물류센터 6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그로서리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선점했고, 네이버 역시 물류·배송 동맹을 통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가 오카도로 승부를 보려면 배송 속도, 가격, 상품 신뢰도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 |
|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지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발리점 매장 외부 전경. [사진=롯데마트] |
글로벌 사업 확장 역시 차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 48개점, 베트남 15개점 총 63개점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향후 인도네시아의 경우 도매와 소매의 역량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있는 K푸드(Food)를 기반으로 매장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승진은 안정이 아닌 변화를 선택한 결정"이라며 "온·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강화는 물론 오카도 물류센터 시장 안착, 글로벌 사업 확장 등 세 축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할 적임자로 차 대표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차 대표는 앞으로 마트업계 최하위권이란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그로서리 분야의 체질 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