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유도 여자 57㎏급의 허미미(경북체육회)가 다시 국제 무대 정상에 섰다. 허미미는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줄리아 카르나(이탈리아)를 누르기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허미미(왼쪽)가 29일(한국시간)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여자 57㎏급 결승 연장전에서 이탈리아의 줄리아 카르나를 누르기로 제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국제유도연맹]

초반 흐름은 팽팽했다. 두 선수 모두 탐색전을 길게 가져갔다. 허미미는 정규시간 1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도를 받아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포인트 없이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주도권은 곧 허미미 쪽으로 넘어왔다. 그립 싸움에서 우위를 잡은 뒤 그라운드 자세로 전환하며 상대 상체를 묶어 누르기로 승부를 끝냈다.

허미미(왼쪽에서 두 번째)가 29일(한국시간)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여자 57㎏급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있다. [사진=국제유도연맹]

허미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 파리올림픽 은메달을 따냈지만 올해 3월 왼쪽 어깨 인대 수술을 받았다. 이후 6월 세계선수권에서 초반 탈락을 겪으며 흔들렸으나 라인-루르 세계대학대회와 전국체전에서 연달아 정상에 오르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아부다비에서의 금메달은 그가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수임을 다시 확인한 무대다.

허미미는 항일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으로도 알려져 있다. 허석 선생은 1918년 군위에서 격문을 붙이다 체포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았다. 일본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 일본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던 허미미는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행을 선택해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러시아 국기 달고 우승한 블리예프 아유프(왼쪽에서 두 번째) 29일(한국시간)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남자 60㎏급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제유도연맹]

같은 날 열린 남자 60㎏급에서는 블리예프 아유프(러시아)가 우승했다. 국제유도연맹이 지난 27일 러시아 선수단 징계를 해제하면서 이날 경기장엔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고 러시아 국가가 울려 퍼졌다. 러시아 선수가 개인 중립 신분이 아닌 국가 소속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건 2022년 징계 이후 처음이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