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스텔란티스 소형차가 유럽 장악
테슬라는 모델 3·Y 중심 전략 한계 드러나
한국에선 5년 만에 10배 가까이 판매 증가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존재감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간 5만대 돌파가 확실시될 만큼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판매 감소·점유율 하락·브랜드 경쟁력 약화가 겹치며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테슬라의 양면적 성적표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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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 3. [사진=이찬우 기자] |
2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10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서 폭스바겐그룹은 전년 대비 67.4% 증가한 91만대를 기록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ID.4·ID.7·ENYAQ 등 MEB(Modularer E-Antriebs-Baukasten) 기반 모델이 유럽 각국에서 고르게 판매를 올렸고, A6 e-트론·Q6 e-트론·마칸 4 일렉트릭 등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 신차가 공급되며 성장세가 급격히 확대됐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78만5000대로 5.8% 감소했고 순위도 한 계단 밀렸다. 모델 Y와 모델 3가 각각 0.5%, 8.4% 줄었고, 모델 S(-54.3%), 모델 X(-34.8%)는 고급 세그먼트 경쟁 심화 속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사이버트럭 역시 1만9000대 수준에 그쳐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럽 시장 부진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경쟁 구도가 급변했다. 폭스바겐·르노·스텔란티스 등 현지 완성차 업체는 도심 이동 중심의 소비 성향을 겨냥해 ID.4, 르노 5, 푸조 208, 시트로엥 C3 등 소형·저가형 전기차를 대거 투입했다.
유럽은 도로가 좁고 도심 주행 비중이 높아 중형차보다 소형차 선호도가 높다. 르노 R5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빠르게 리더로 부상했고, 스텔란티스는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소형 EV 라인업으로 상위권을 차지하며 테슬라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Y·모델 3 등 중형 중심 라인업만 갖추고 있어 가격대·차급 모두에서 현지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가격 경쟁력도 유럽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테슬라 모델 Y RWD의 유럽 판매가는 4만4990유로(약 6500만원)로, 한국보다 약 1000만원 더 비싸다.
보조금 축소 이후 가격민감도가 높아진 유럽 시장에서 이는 직접적인 부담이다. 르노 5의 3500만~4000만 원대 가격과 비교하면 '합리적 선택지'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에서 테슬라가 '가성비 기술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과 상반된다.
충전 인프라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유럽은 Ionity, Shell Recharge 등 타사 고속 충전 네트워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테슬라 슈퍼차저의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18%에 그친다. 한국처럼 '슈퍼차저 강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테슬라만의 충전 생태계 장점이 약해진다.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경험에서도 유럽 소비자들은 OTA 기반 기술 혁신보다 서비스 네트워크·품질 신뢰도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테슬라의 상대적 약점이 드러난다는 분석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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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 Y. [사진=이찬우 기자] |
반대로 한국 시장은 예외적으로 호황이다. 카이즈유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1~10월에만 4만7990대를 판매해 연말 5만대 돌파가 확실하다. 도로 위 운행량도 2020년 1만5000대에서 올해 14만1172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모델 Y가 전체의 63.3%를 차지하며 한국 EV 시장의 SUV 쏠림 구조를 단독으로 강화했다. 한국 소비자의 전비 중시·SUV 선호·가격 민감도 등이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수입차 중 가장 대중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충전 인프라 역시 테슬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 생태계 경쟁력도 유지되고 있다.
테슬라는 유럽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 맞춤형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2026년 출시가 예상되는 소형·저가형 전기차 '모델 Q'다.유럽형 보급 모델로 기획된 이 차종은 르노 5·푸조 208EV와 직접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토요타·포드·스텔란티스 등과의 협력도 모색하며 완전자율주행(FSD) 기반 로보택시 서비스의 유럽 상용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중형 중심 라인업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에서 테슬라의 성적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단순한 경기 차이가 아니라 소비 성향, 가격 구조, 충전 인프라, 경쟁구도까지 총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세계 전기차 시장이 다극화되는 가운데, 테슬라의 글로벌 전략 수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