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새 종전안, 우크라 영토 양보·군 절반 축소 포함
젤렌스키, 평화 추진 위해 튀르키예 방문
우크라 측 "그대로 수용 시 사실상 주권 포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안한 평화안에 따라 일부 영토와 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단독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이 작성한 러시아 전쟁 종식 프레임워크를 수용해야 한다고 신호를 보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해당 계획에는 우크라이나가 영토와 일부 무기를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우크라이나는 이번 제안 준비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은 해당 소식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으며, 미국 국무부 역시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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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튀르키예에서 회담을 진행했으며, 20일에는 자국 키이우에서 미국 육군 관계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젤렌스키는 텔레그램 발언에서 미국의 평화안 프레임워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년 반 넘게 이어진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효과적인 미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혈 사태를 멈추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면 모든 파트너와 협력하며, 미국의 리더십이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이 전쟁을 종식시킬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젤렌스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양한 회담 형식을 제안했으며, "튀르키예가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미·러 비밀 종전안, 우크라에 돈바스·군 축소 요구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체 양보안과 군 규모 절반 축소를 포함한 종전안 초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아직 자국군 통제 아래에 있는 영토까지 포함해 돈바스 나머지 부분까지 양보하고, 군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또 핵심 무기 체계 포기와 미국 군사 지원 축소, 나아가 러시아어의 공식 언어 지위 인정 및 러시아 정교회 우크라이나 지부에 대한 공식 지위 부여 등, 크렘린궁이 줄곧 요구해 온 정치·군사적 목표가 광범위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튀르키예에서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와 만나 이 같은 초안을 전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당 조건들을 수용하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도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을 논의하며, 우크라이나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방안이 "크렘린의 최대 요구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러시아가 진전된 협상을 바라는 미국 측을 상대로 '장난을 치려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당국자들 역시 대폭 수정 보완 없이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내부에서는 이 방안을 두고 "모스크바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명시해 협상을 시작하려는 시도"라는 보다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하지 못한 동부 일부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향후 러시아의 추가 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구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기존 입장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미국발 평화안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나토(NATO) 비가입 보장과 함께,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4개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 철수를 종전 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9%를 장악한 채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데, 초안 단계이긴 하나 전쟁 4년 차 겨울을 앞두고 평화 논의의 무게추가 점점 모스크바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